2024. 7. 18. 12:19ㆍ잡담
올해는 내 인생의 새 챕터가 시작되는 시기인 것 같다.
아픈 시련도 겪었고 꿈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딛는 일도 생겼고 여러모로 굵직한 순간들을 맞이했다. 특히 20대와 30대를 보내는 동안 어찌 보면 패턴화 되어 있던 일상에 큰 변화가 왔다고 할 수 있다. 아직은 이 변화가 어색하고 문득 두려울 때도 있지만 차차 새로운 챕터의 삶에도 익숙해질 것이다.
지난 몇 달간, 나는 이 변화에 빠르게 익숙해지려 애쓰진 않았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얇은 껍데기를 하나씩 벗겨 내듯, 내 마음과 삶에 변화를 스며들게 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는 존중의 마음을 담아 보내고 다가 올 미래를 반겨야겠다.
그렇게 나의 인생에서 오랫동안 기억 될 2024년도 이제 절반이 지났다. 7월은 비와 함께 시작되어 거의 대부분은 비가 오는 나날이었다. 언제 어느 시간에 비가 올지 모르는 나날을 보내면서, 그날 하루의 계획을 짜는 것도 매우 치밀해질 필요가 있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작업을 하고 언제 운동을 하고 언제 밥을 먹을지도 날씨의 변화를 보면서 예민하게 짜야했다. 그렇게 하루의 계획을 수정 보완 하면서 지키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2024년은 유난히 빨리 지나갔고 또 하루하루의 일상이 유난히 섬세하게 기억나는 해였다.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특히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시련은 아프기도 하지만 강렬한 예술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음악을 들으며 밤거리를 산책할 때면 온갖 영감들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강력한 실천 의지였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도 많은데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넘쳐났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시간이 모자라다고 느껴지는 경험은 매우 특별하고 즐거운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성공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게 아니라 그저 시도해 보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큰 변화고 즐거움이었다.
시도 자체를 즐기자. 그래.. 올해는 무조건 시도해 보자.
그렇게 올해 안에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몇 가지 계획들.
1. 단편 만화책 완성하기.
22년 한 해 동안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내 시간을 온전히 다 그 책에 담았다고 할 수 없었다. 나는 적당히 일했고 많은 시간을 놀아야 했다. 그 시기에 노는 것도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일 년이라는 시간을 쓸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좀 더 시간을 잘 썼다면 시간을 반은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두 번째 책을 이제 도전하고 있다. 첫 번째 책은 사실 온전히 나의 책이라고 할 수 없다. 기획을 내가 한 게 아니고, 처음부터 작가로 참여한 것도 아니었으며, 책의 소재도 내 취향이 아니고, 무엇보다 처음 계획에 맞춰서 완성된 결과물로 나온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첫 계획은 온전한 타로카드 한 세트였다.) 하지만 두 번째 책은 시작부터가 다르다. 첫 번째 책의 출판 경험을 통해 내가 직접 기획했고 어렸을 때부터 도전해 왔던 만화라는 예술 장르에 첫 발을 담그는 시도였다. 첫 책이 출간하고 난 뒤인 23년 중반부터 단편 만화집 계획을 실행했는데 아무래도 첫 만화 작업이다 보니 한컷 한컷 그리는 게 굉장히 오래 걸렸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작년을 생각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능숙해졌다. 이 작업에 큰 재미를 느끼고 있고 완성에 대한 기대도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이 작업을 통해서 올해 한국만화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다양성만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는 게 큰 사건이었다. 나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던 도전이었고 그 과정도 굉장히 힘들었기에 선정되고 난 뒤의 짜릿함과 기쁨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단순히 지원금을 받는다는 의미를 넘어 내 만화가 안정적으로 이 세상에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지원사업이 내 생각 이상으로 경쟁률도 높고 유명한 프로 만화가들도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감도 크게 얻게 되었다. 이제 어디 가서 나 자신을 소개할 때 당당하게 만화가라고 말할 수 있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만화책 첫 권을 완성하고 난 뒤에 더 떳떳하게 만화가라고 소개할 것이다.
내 계획은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250~300 페이지 분량의 중편 만화 한 권을 완성하는 것이다. 지금 7편 중 5편을 완성했고 6편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건이 된다면 나의 대학교 졸업작품 애니메이션인 '작은 시선'의 완전판 형태를 8번째 단편으로 수록하고 싶은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완성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었기 때문에 올해 첫 번째 목표는 달성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2. 운동하기
20대 후반부터는 내 자신의 모습을 보는 일이 많이 없었다. 거울을 보면 늘 같은 모습이었고 외모를 가꿔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셀카를 찍는 일은 거의 없고 늘 타인을 찍어주기만 했다. 가끔 타인이 날 찍어 준 사진을 볼 때면 굉장히 뚱뚱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 중년의 몸과 얼굴이 된다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쿨하게 받아들였다. 올해 나의 몸무게는 88킬로까지 찍었고 이게 내 인생 최고의 몸무게였다.
그리고 4주 전부터 날씬해져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래서 집 앞 학교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한 번도 안 쉬고 다섯 바퀴를 뛴다는 것에 매우 보람을 느꼈다. 30대 동안에는 운동이라는 게 내 인생에서 전무했기에 운동장 한 바퀴를 온전히 뛸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다섯 바퀴나 뛰다니... 한때 체대생을 꿈꾸기도 했던 내 몸이 다 죽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3~4일은 운동장 러닝, 주말 이틀은 러닝+농구로 보냈다. 그렇게 4주가 지난 지금은 15~20바퀴를 뛴다. 몸무게는 83킬로.
83킬로 까지 빠지는 것은 금방 빠졌는데 이후에 근육도 키우고 싶어서 푸시업도 매일 했더니 감량 속도가 느려졌다. 하지만 단순히 몸무게 숫자가 줄은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데 뱃살이 많이 들어간 게 큰 변화였다. 운동 역시 조바심을 갖고 할 생각은 없다. 그저 꾸준하게 천천히 감량해서 최종적으로는 70킬로대의 몸무게를 만들고 그걸 유지하는 게 목표이다.
3. 게임, 영화, 독서 등 취미생활 열심히 하기.
언젠가 정신건강의 척도는 취미생활의 유무라고 본 적이 있다. 난 취미 생활을 매우 많이 즐기는 편인데, 이번에 정말 정신건강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올해 초 큰 시련을 겼었을 때, 한동안은 내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에 아예 관심이 안 갔기 때문이다. 지금도 온전하게 예전처럼 취미를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특히 내 취미 생활은 문화 예술 콘텐츠와 다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단순히 취미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의 작업에도 큰 영감을 준다. 그래서 더욱 나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취미도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이모티콘 제작하기.
이모티콘 제작은 꽤 예전부터 생각해 오던 목표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크게 힘들지 않을 것 같은데 이모티콘이라는 특성이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고 가끔은 저질스러운 결과물도 내야 한다는 점이 장애물이었다.(편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철학에 많은 변화가 왔다. 좀 더 다양한 작업 방식을 추구하고 어떤 결과물도 무시하지 말자라는 것. 무엇보다 이모티콘은 예술혼에 불태우는 작업이 아닌 수익을 목표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마음가짐에 구분도 확실하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B급 감성으로 대충 만들 생각은 없다. 내가 세운 계획은 다음 올해 목표와도 연계되는 것인데, 팝아트 장르의 이모티콘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색감도 알록달록하고 단순한 디자인이면서 이쁘게 보일만한 것들 말이다. 관건은 만화책 완성이 언제 되느냐이다. 지금 당면한 만화책 작업을 완성해야 이모티콘이든 뭐든 시작할 수 있다. 어쨌든 올해는 만화책 작업으로 꽉 채울 수밖에 없다고 해도 내년에라도 이모티콘은 꼭 해볼 것이다.
5. 아트토이 디자인
어쩌면 올해 목표 중 '만화책 완성'과 더불어서 내 꿈에 더 가까이 있는 목표이다. 내 취미 생활 중 하나는 프라모델, 피규어, 완구 등 키덜트도 있는데 특히 요즘 대형 쇼핑몰의 완구샵을 돌아다니다 보면 단순히 이 물건을 사고 싶다를 넘어 이런 걸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아마 만화 작업 중인 요즘에도 내 가장 많은 관심사와 미래상을 차지하는 게 아트토이 쪽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요즘엔 어딜 가도 완구샵에는 꼭 방문한다. 그곳에서 많은 영감과 자극을 얻으려고 한다. 참신한 제품들을 보고 자극을 받을 때면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정도로 흥분된다. 마침 아트토이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내 친구가 이런 생활을 함께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친구와 함께 큰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나름대로 내가 만들 토이의 콘셉트와 설정을 잡아놨다. 그렇게 해서 세계관을 넓혀가는 게 목표. 위에 말한 이모티콘 계획 역시 같은 세계관에서 진행하여 별개의 작업이 아닌 연관된 작업으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몇 가지 올해의 목표를 적어봤다. 다 달성하기는 힘들지만 중요한 것은 시도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의 난 더 발전되어 있지 않을까.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작은 포메라니안 친구 포포를 기억하며 ~ 반려견 일기 (0) | 2024.07.29 |
---|---|
돌아갈수 없는 꿈 / 읽을수 없는 편지 이야기 (4) | 2024.07.23 |
처음으로 선정된 예술인 창작지원금 (2024 예술활동준비금지원사업) / 시련의 가운데 맞이한 작은 기쁨 / 개인적인 근황 잡담 (0) | 2024.06.24 |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 한국만화진흥원 2024 다양성만화 지원사업 협약식에 다녀오다. (0) | 2024.04.25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24 다양성 만화 지원 사업에 선정되다 ~ 지원 과정 이야기 (1) | 2024.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