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 11:12ㆍ잡담
작년에 작가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책을 출판하고 나서 창작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몇 년 전에 작업했던 단편 시나리오들을 다시 읽어보니, 시나리오를 쓸 당시 나의 감정이 어땠는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래서 이 시나리오를 묵히지 말고 바로 만화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개의 단편을 완성했다.
모든 단편을 완성해서 하나의 책으로 묶는 상상을 하니 매우 두근거렸다.
나는 만화를 그려본 경험이 많이 없어서 만화 작업을 할 때는 불안감 같은 것이 늘 있다.
내 만화가 부족하지 않나, 이 만화를 독자들이 잘 이해할까 하는 불안감이다. (재미까지 느끼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단편 작업을 할 때는 그런 불안감은 접어두고 그냥 자유롭게 작업했다.
내 연출과 내 그림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나의 실력을 총 동원해서 완성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예종에서 만화를 전공한 친한 형이 있는데, 가끔 그 형을 만나면 작업한 만화를 보여주곤 했다.
그리고 작년 말에 그 형이 매우 중요한 정보를 나에게 말해줬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라는 곳에서 다양성 만화 지원사업 공모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다양성 만화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 말을 듣자마자 떠오른 의문이었다.
의문과 함께 그 다양성 만화라는 게 내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촉이 동시에 내 머릿속에 스쳤다.
해가 바뀌고 2024년 1월에 지원사업 공지가 떴다.
역시 다양성 만화는 내가 작업하고 있는 이런 작품이라고 확신이 들었다.
비상업적 작가주의 작품...
그렇게 판단하고 나니 이 공모사업에 탈락하더라도 최대한 내 열성을 다해서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이미 내가 작업한 분량은 공모지원에 제출하는 기준을 넘어섰지만 마지막 날까지 최대한 작업해서 단편 세 개를 완성해서 제출하자고 목표를 세웠다.
제출 마감일은 3월 5일 화요일 오후 3시였다.
마지막 일주일은 하루에 2~3시간 정도 자면서 미친 듯이 세 번째 단편을 완성하려고 달렸다.
그러다 보니 연출 호흡이 너무 빠르고 작화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일단 완성해서 제출하는 게 중요했다.(현재는 이 세 번째 단편의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마감일에 드디어 서류작성과 제출을 했는데.... 만화 작업보다 서류 작성과 응모 과정이 몇 배는 어려웠다.
아무래도 공기관에서 하는 지원사업이다 보니 홈페이지에 가입하는 과정부터가 복잡... 로그인하려면 보안때문에 두 번을 로그인해야 하는 과정....
공인인증서까지 필요해서 맥북만 가지고 있던 나에게 꽤나 가혹한 과정이었다.
부조리한 부분이 있어서 검색해보니 나처럼 응모과정에서 좌절했던 사람들이 좀 있었다.
나에게 이 공모사업을 알려준 형도 응모 과정이 매우 힘들다며... 서로 고통을 공유하면서 제출을 시도했다.
그리고 마감을 20분 앞두고 겨우 응모 성공.
얼마나 시간이 긴박했고 긴장을 많이 했는지 응모를 하고 나서 손이 덜덜 떨렸다.
내가 제출한 세 개의 단편은 이렇게 세 작품.
계획은 총 일곱편의 단편을 묶은 '단편집-유니버스'라는 출판물이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한 편을 더 넣을 예정)
공모사업 선정결과를 공지하는 날짜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적어도 3월 말은 되야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이 사업에 대한 것은 잊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힘들게 응모하고 나니 갑자기 자기 객관화의 시간이 돌아왔다.
온라인상으로 볼수 있는 수많은 만화가 지망생들의 독립 작품들을 보면 훌륭한 퀄리티로 완성된 작품이 많아서 이번 다양성만화 지원사업에도 이런 멋진 퀄리티의 작품들이 많이 응모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비교적 아마추어 실력인 나는 아무리 많은 분량을 제출했어도 크게 기대를 하면 안 되겠다며 스스로 기대를 많이 접고 있었다.
그리고 만우절인 4월 1일 드디어 공모 결과가 발표되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가장 마지막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기대를 접었었는데 선정이 되었다니... 꿈만 같았다.
함께 작업한 친한 형도 단편부문에서 선정되었다.
형이 전화를 해서 나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려주었다.
새벽이었는데 선정 소식을 들으니 도파민이 분출되는 느낌.
이렇게 만화가로 드디어 데뷔를 할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응모 마지막 날 손을 덜덜 떨며 제출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올해는 IK MAN이 첫번째 만화책을 성공적으로 출판하는 해가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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