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29. 12:29ㆍ잡담
지난 7월 26일은 쌍둥이 조카들의 생일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감기에 심하게 걸린 상태고 난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조카들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만 전하고 생일 파티는 다음 주로 미루게 되었다. 그런데 동생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포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대.'
조카들 생일때문에 연락 온 줄 알았는데 뜻밖의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포포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강아지였다. 2012년에 처음 본 화이트 포메라니안 강아지. 원인은 심장병으로 인한 쇼크사라고 했다.
2012년 동생은 당시 남자친구와(현재는 남편) 봄이라는 포메 강아지를 먼저 키우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홍역에 걸린 상태에서 예방접종을 잘못 맞아서 짧은 견생을 마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봄이와 함께 내 반려견이 뽀실이가 며칠 함께 있었기 때문에 뽀실이도 혹시나 홍역에 전염됐을까 봐 건강 검진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내가 살면서 겪은 첫 반려견의 죽음이었기에 그 당시 봄이가 떠나간 방배동의 한 동물병원을 지나갈 때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이 아팠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생이 그 슬픔 감정과 봄이의 빈자리를 새로운 강아지로 채우려고 하기에 어머니께서 엄청 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새 강아지를 키우는 것에 반대하기도 했지만 봄이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잠시동안은 애도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 하지만 동생은 결국 봄이와 똑같이 생긴 포메라니안을 데리고 왔고 그게 포포였다.
포포는 봄이와 다르게 꽤 포악했던 성격이었다. 사람의 사랑을 자기가 독차지해야 하는 성격이었고 그 때문에 포포가 가끔 우리 집에 올 때면 우리 뽀실이가 많이 기죽어 있었다. 포메라니안 특유의 귀여운 외모와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성격 때문에 애교가 많아서 포포는 정말 한번 만날 때마다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는 강아지였다. 손님이 오면 늘 그 손님의 품을 자기가 독차지하고 연신 핥아댔다. 난 우리 뽀실이와 너무 다른 성향의 강아지라 포포가 그럴 때마다 어색했었다.
동생 커플은 얼마 뒤 결혼했고 그리고 쌍둥이 조카도 태어났다. 그때가 돼서는 포포가 아무래도 동생 가족에게 걱정이긴 했다. 육아를 하면서 개까지 키운다는 게 확실히 어려운 일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키우고 싶었는데 그것도 어려웠다. 당시에 우리 뽀실이는 노견이었고 거동도 불편해서 외출할 때에 난 온통 뽀실이 걱정만 하던 때였다. 그리고 뽀실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이후에는 다른 개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 뽀실이의 빈자리에 다른 개가 들어오는 것을 상상하기도 어려웠고 길에서 다른 개를 볼 때마다 오히려 뽀실이 생각만 더 났기 때문이었다. 좋은 곳에 포포를 입양 보내라는 어머니의 말에도 동생은 고집을 피웠다. 본인이 육아도 다 하고 포포도 케어할 수 있다고 늘 주장했다. 그때 가장 좋은 방향으로 포포의 거취가 결정되었는데 동생의 친한 친구가 마침 굉장히 외로워했고 동생 가족이 여행 가있을 때 잠깐 맡았던 포포에게 아주 푹 빠진 것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포포는 동생 친구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결국 무언의 합의를 통해 포포는 동생 친구가 키우게 되었다.
그 뒤로는 나도 포포를 본 적이 없어서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내 반려견 뽀실이도 이제 그 추억들이 가물가물해졌는데 포포는 그냥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정도의 존재감이었다. 동생도 친구와 관계가 소원해져서 포포를 안 본 지 오래됐다고 했다. 하지만 동생은 자기가 키우던 반려견이기에 아무래도 가끔씩 보고 싶은 때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쌍둥이 조카들 생일에 포포가 떠난 것이다. 조카들 생일 날짜에 가버린 포포... 그래서 날짜도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
동생 친구에게 전달된 온 장례식 사진을 봤다. 한번 주인이 바뀌긴 했지만 포포의 견생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어디에서나 자기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받았고 가는 길도 화려했다. 12년이라는 짧은 견생... 그래도 포포는 새끼도 낳아보고 여행도 가보고 많은 경험을 했다. 아련하게 남아있는 기억이지만 포포가 내 손을 핥아줄 때의 감촉이 떠오른다. 그렇게 내 안에도 포포의 자리가 작게 마련되어 있다.
RIP 포포 그리고 뽀실
그곳에서는 으르렁 거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 ~! 나중에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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