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24. 11:32ㆍ잡담
요 근래 3월부터 개인적으로 고통의 나날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찾아왔었다. 그리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금전적인 건 아니다) 멘탈을 잘 잡으려고 해도 이성으로 누를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다. 아무리 스스로 합리화를 해도 한계가 있고 결국엔 고통에 직면해서 뚜드려 맞아야 한다. 긴 시간이 지나야 그나마 조금씩 옅어질 것이다. 옅어질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친구에게 물어봤다.
-이 고통을 떨쳐버릴수 있을 정도의 도파민이 분출될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글쎄 로또 1등 정도?-
-아... 이게 로또 1등 정도의 고통인 건가-
그렇게 서로 웃다가 모태신앙인 친구가 다시 이야기를 했다.
-나 사실 너 힘들기 시작했을 때 하나님에게 기도하면서 로또 샀었다. 이거 당첨되게 해달라고. 그러면 그 당첨금 내가 너에게 못주겠냐?-
농담 같은 진담을 듣고 많이 위로가 되었다. 솔직히 돈은 필요가 없다. 그것보다 소중한 게 많으니까. 그걸 하나씩 지켜나가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난 무교에다가 종교를 좋아하지 않는데 친구의 종교 이야기를 들으면 편해질 때가 있기는 하다. 친구가 그 이야기를 하면서 반짝거리는 눈과 약간의 흥분으로 가는 그 미묘한 변화를 보고 있는 게 좋다.
작년에 난 예술인 등록을 했었다. 순탄한 과정을 거치진 않았고 한 번의 자료 보완을 했는데 그 때문에 창작 지원금 신청 시기를 놓쳐서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꼭 시기를 놓치지 않고 지원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올해 들어서 매일 홈페이지를 찾아 신청기간이 되었는지 살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연 2회 신청을 받던 게 1회로 줄어서 예년과 신청기간도 달라진 것 같았다. 혹시나 신청 조건이 더 힘들어지지 않았을까.. 지원금의 규모가 작아지진 않았을까 걱정을 했다. 만약 그 때문에 이번에 내가 지원금을 못 받게 된다면 작년에 약간의 차이로 신청을 못한 게 더 뼈아프게 느껴질 것이었다.
그리고 4월이 돼서야 사업이 시작되었다. 만우절에 빠르게 신청을 했다. 이날은 기분이 좋은 게 한 달가량을 고생해서 신청했던 다양성만화 지원금 사업에도 선정된 날이었다. 지원금 자체도 좋지만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걸 다 해본 거에 가시적인 결과가 있다는 게 뿌듯했다. 아무튼 창작지원금에 신청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할 것들을 신청서에 기쁘게 적어 넣었다. 다양성만화 사업처럼 창작 결과물로 보여주는 게 아닌 내가 창작활동을 하면서 전시회도 가고 운동도 하고 이런 생활하면서 이 지원금을 사용하겠다와 같은 좀 더 폭넓은 지원금이기에 계획을 짜는 것도 더 기뻤던 것 같다.
그리고 며칠 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문자가 왔다. 드디어 결과 발표였던 것이다. 그리고 창작지원금에 선정이 되었다. 솔직히 내가 한동안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선정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혹시나 오류는 아닐지 새로고침을 해서 다시 보려고 했는데 그 사이에 신청결과를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서 서버가 마비됐다.. 나도 연신 새로고침을 누르며 다시 한번 '선정'이라는 글자를 눈에 세겨넣었다. 그러고 나니 전 날에 친구와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그리고 카카오톡으로 이 소식을 전하며 한마디 했다.
-로또 1등은 아니지만 아주 아주 약간은 도파민이 나오네.-
다시 작업에 집중하다가 3~4월에 잠깐 진행했던 오뚜기 공모전 생각이 났다. 그때 혹시나 수상을 해서 상금이 나오면 모두 어머니에게 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탈락... 나중에 여유가 되면 다른 거 도전해서 그 일을 완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차라리 내 작업에 더 몰두하고 지금 줄 수 있는 돈을 선물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300만 원을 선물로 드렸다. 어머니가 매우 기뻐하셨다. 그것은 정말 큰 도파민이었다.
올해는 여러 지원금의 혜택도 처음으로 받아보게 됐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예술인으로서 좋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 그렇게 힘든 시기도 잘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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