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수 없는 꿈 / 읽을수 없는 편지 이야기

2024. 7. 23. 12:16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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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은 스위치가 아니다.

 

 On / Off 스위치를 조작하는 것처럼 켜고 끌 수가 없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 어떤 순간에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를 괴롭히던 여러 아픔들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잠을 자게 되면 그 아픔들은 여지없이 꿈에 나타나서 날 괴롭힌다. 그리고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난 뒤에는 한동안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그 여운이 길다.

 

 

 

 하루의 대부분을 밝은 마음으로 보내다가도 저녁이 되면 우울함이 찾아 올때가 있다. 그리고 이 우울함은 다음날 잠에서 깨고 나서도 이어지기 때문에 난 잠에서 깨면 바로 침대를 빠져나오는 생활 습관이 생겼다. 의자에 앉아 뭐라도 하면 그 감정에서 좀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아픔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는데 그건 바로 꿈이 날 괴롭힐 때 이다. 

 

 이번엔 참 여운이 길고 긴 꿈을 꿨다.

 

 나에게 온 편지 하나. 

 하지만 편지의 내용을 아무리 읽으려 애써봐도 글씨는 무언가에 가려져 읽을수가 없었다.

 편지 위에 묻은 얼룩들을 지우기 위해 손으로 문대봤지만 잉크만 번져 글씨를 알아보기 더욱더 힘들어져만 갔다.

 지우개로 얼룩들을 지우려 하니 글씨가 지워졌다.

 난 어떻게든 편지의 내용들을 살리기 위해서 애썼다.

 편지는 나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있을까.

 하지만 내가 손을 댈수록 편지 내용은 위태롭게 사라져 간다.

 편지에는 사진 하나가 함께 있었다.

 나에게 편지를 보낸 이의 뒷 모습이 찍혀있었다.

 그 사람의 모습을 더 잘보고 싶었다.

 뒷 모습을 들여다볼 때마다 그리움이 커졌다.

 

 

 그리고 그렇게 잠에서 깼다. 나는 편지의 내용을 읽고 싶어서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밤새 고민으로 뒤척이고 겨우 잠에 든 다음 두 시간 만에 깬 것이었다. 입안은 바짝 마르고 등은 축축이 젖어있었다. 어디서부터 꿈이고 어디가 현실인지 잠시 구분이 되질 않았다.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 화면을 켰다. 어떤 메시지도 없었다. 그냥 씁쓸하고 공허한 마음이 나를 지배했다.

 

 눈이 다시 감길려고 했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그저 피로함만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 피로함은 침대 밖으로 날 이끌지 못하게 방해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거실로 나가 찬물을 한잔 마셨다. 그리고 어제 해놓은 작업물들을 하나씩 백업하면서 오늘 할 일을 생각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일상이었다. 그저 내가 어떤 꿈을 꿨고 그 때문에 내 마음이 좀 아픈 것이었다. 

 

 책상에 앉아 어제 있었던 일을 적었다. 매일 쓰는 일기... 오랜만에 일기장 첫장부터 빠르게 훑었다. 익숙한 이름과 예전에 내 일상이 빠르게 지나갔다. 얇은 일기장의 종이 한 장 한 장 넘기자 어느새 두툼한 일기장의 반이 지나갔다. 그렇게 얇은 종이를 넘기듯이 나의 과거도 한 장씩 벗겨내듯 천천히 어루만지며 보내줘야겠다. 나에겐 미래가 길다. 미래는 매 순간 현재가 되어 날 찾아온다. 그 현재를 최대한 정성껏 보내야겠다. 오늘 행복하자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결국 난 그 편지를 읽지 못했지만, 발신자에게 답장을 보냈다. 너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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