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회사 생활 ~ 미생 체험기와 애증의 대표 이야기 + 캐릭터디자인 외주 - 쿠디 / 단지 + 구디지마켓 [ Character Design ]

2023. 5. 21. 19:55잡담

반응형

나의 미생 체험기와 애증의 대표
 
이 블로그에도 2021년에 다녔던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언급했다.
11개월 동안 다니면서 참 많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안 좋은 경험이 많은 것 같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결과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준 게 더 많았다.
일단 난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 대학교를 막 졸업한 시점을 빼면 어떤 회사에 입사하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21년에 다녔던 그곳도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간 게 아니라 회사인 줄 모르고 들어간 것이었다.
어쩌다 보니 직원처럼 되어 있었는데 그 이야기 자체가 긴 이야기라... 정리하긴 어렵지만 이 게시물로 약간만 풀어보고자 한다. (회사의 모든 이야기를 다 담기엔 내용이 너무 길기에...)
일단은 내가 회사에 있으면서 만들었던 캐릭터를 보여주려는 게시물인데 회사이야기와 결합해서 설명해도 재미있는 내용이 될 것 같다.
 
아무튼 회사인 듯 회사가 아닌듯한 이 집단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했던 여러 작업물들은 대부분이 결국 내 개인 포트폴리오로 남았다.
그 말은 즉 회사가 분해될 때까지 내가 이곳에서 작업한 것들 중에 실제로 제품이나 콘텐츠로 사용된 것은 많이 없다는 이야기다.
대표가 요구하는 작업들은 매주 꾸준하게 해서 보여줬기에 대표의 추진력만 있었다면 아마 많은 걸(제품이든 콘텐츠든)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내 개인 포트폴리오로 남은 작업물들은 '작업일지 - 그림 일러스트' 카테고리에 업로드하고 그나마 회사를 통해 세상에(?) 선보인 작업물들은 '외주' 카테고리에 올리려고 한다.
여기서 일했던 패턴이 사실상 프리랜서로서 외주 받아서 일한 것과 다름없기에...
 
 
이 회사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친한 친구에게서였다.
친구의 대학교 선배가 시민단체를 설립하려 한다고 했던 게 이야기의 시작이었는데, 꽤 긴 시간 동안 소식을 못 듣고 있다가 한참 뒤에 시민단체 이야기는 어느덧 사라지고 사업을 시작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촉이 강하게 오는 편인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느낀 친구 선배의 이미지와 친구가 생각하는 선배의 이미지는 서로 매우 달랐다.
그러니까 난 그 선배가 좀 이상한 사람이다 싶었고 친구는 그를 크게 신뢰하고 있었다.
그 신뢰감을 바탕으로 친구는 선배의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고 선배가 생각하는 사업구상을 나에게도 말해주었다.
 
친구가 설명해 주는 구상의 내용 자체는 매우 이상적이었다.
인맥을 이용해서 주변에 재능이 있는 청년 예술가들을 모으고 그 선배가 설립한 회사에서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예술가들에게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 수익이 일정하지 않았던 예술가들은 약간의 목돈을 통해서 작업물을 만들고 그걸 통해 회사는 홍보효과를 누리는 그런 방식이었다.
어떤 성격의 지원금인지 잘 몰랐지만 그 이야기대로라면 나도 매우 탐나는 것이었다.(이야기 자체는 청년 예술가들을 도와주는 공익적인 느낌이 다분했기에..)
친구를 통해서 나에게 합류하겠냐는 제안이 왔고 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 대학교 동기까지 끌어들여서 그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결과적으로 그 동기에겐 참 미안한 일이 되었다..)
 
처음에 이야기했던 방식은 분명 지원금을 우리에게 줄 테니 마음껏 원하는 작업을 해서 보여달라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처음 이야기와는 내용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원금의 성격은 잘 몰랐지만 당연히 그냥 주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 지원금은 IT계열 스타트업 회사에게 주는 지원금이었던 것 같다.
따라서 우리는 회사에 직원이 되어야 그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제안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줬으면 좋았겠지만 그 정도는 솔직히 예상 가능한 현실적인 부분이었기에 수용할 수 있었고 우리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문제는 그 뒤에 갑자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고정된 회사생활에 대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창작을 해오던 사람들을 모아놓고 정장을 입으라 던 지 앞으로 정해놓은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라던지 같은 것들이었다.
당연히 이에 대해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던 우리들은 반발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했던, 각자가 원하는 작업물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
첫 회의때부터 대표는 모든 회사 크루들이 협업할 프로젝트 제안을 했고 그 일을 해야 한다면 개인작업은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처음에 제안한 프로젝트는 회사 크루들을 소개하는 매거진 혹은 무크지 형식의 책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도대체 이 책을 만들어서 판매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회사 내 사보로만 활용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사무실로 출퇴근 하기 이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단체 미팅을 갖는 것이 패턴이었는데 매주 회의 때마다 내용이 발전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성격도 불명확한 첫 번째 단체 프로젝트를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이 시점에서 부터 이전에 친구의 선배 이야기를 듣고 느꼈던 나의 처음 촉이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불같은 내 성격 상 회의 때마다 못마땅한 표정과 함께 대표에게 한 마디씩 날렸었다.
 
단체 미팅때는 이 무크지의 방향이 어떻게 돼야 의미가 있을지 각자 의견을 내는 일이 많았는데, 난 일치감치 그런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섰다.
구성원들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결국 대표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되는 패턴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느순간부터 회의에서 나는 '당신이 옳습니다' 컨셉을 유지했다. (적절한 타이밍의 포기는 수명을 연장시켜 준다.)
물론 헛소리를 듣고 있을 때면 표정관리는 잘 안되었지만...
자기의 돈을 써서 굳이 이상한 물건을 만들어내겠다는데 내가 뭐라고 간섭 할 수 있을까.
내가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이상한 사람을 만났지만 이때의 대표는 내 인생에서 만난 최고의 소시오패스이자 나르시시스트였다.
그리고 일하는 방식이나 생활 패턴을 보면 ADHD도 무척 심했던 것 같다.
지각은 일상이었고 지각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으며 그의 책상 주변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주의력 결핍은 사업에도 그대로 표출돼서 일을 벌이기만 하고 뭐 하나 마무리 되어 다음 스탭으로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이 시기에 회사에서 계획하던 사업은 출판과 요식업 프랜차이즈 그리고 유튜브 콘텐츠 등 너무 다양하고 두루뭉술했다.)
따라서 내가 내 욕심이 아닌 정말 회사를 위해서 낸 의견이 그에게 크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행스럽게도 내가 그런 판단을 했을 때 아직 다른 구성원들은 그 판단에 도달하지 못한 듯했다.
그래서 단체 회의는 종종 대표 대 직원들간의 의견대립으로 분위기가 안 좋아지곤 했다.
다만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처음에 우리들에게 했던 제안과 다른 내용의 일을 강요할 때였다.
그 강요의 방식도 얼렁뚱땅 넘어가는 방식이라 매우 괘씸했다.
지원금이라도 월급 명목으로 받고 있으니 출퇴근을 하라던지 자기가 생각하는 멋이란 것은 정장을 입는 것이니 입어달라던지 갑자기 미용실을 예약해서 강제로 머리를 정리하게 한다던지...
 
이 시기에 내 친구는 대표에 대한 신뢰감이 굳건해서 가스라이팅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이 들었다.
친구는 대표의 요청에 따라 다른 직원들을 관리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는데, 내 인생에서 가족 다음으로 가장 오래된 인연이었기에 이런 낯선 모습이 걱정되서 친구를 설득하기 위해(이 전에 그 친구에 한적 없던) 수위 센 말들도 많이 내뱉었었다.
 
아무튼 나의 이런 표정과 말들이 대표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는지 결국 나를 내쫓고 싶어 한다는 소리까지 전해 듣게 되었다.
회사에 참여한 지 2달이 채 못된 시점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진행 중이던 무크지 프로젝트에 내 그림 몇 개를 넣기로 했는데, 대표는 단체 회의에서 내 그림을 향해 망신을 주는 멘트를 날리며 무크지에 실을 수 없다고 했다.
그게 누군가를 내쫓는 그 만의 방식이었나 보다.
당시 퇴짜 맞았던 작업물들은 아래 링크.
 

 

달과 첼리스트 [ 일러스트 / 디지털 드로잉 /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 Illustration / Digital Drawing /

2021년에 다닌 회사에서는 사보지 겸 무크지를 제작하는 일을 했었다. 그때 이 책의 주요 내용이 회사의 크루들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난 나를 소개하는 파트의 내용들을 일치감치 완성을 해놨고

southlandart.tistory.com

 

 

수면워킹 / Dream Working [ 일러스트 / 디지털 드로잉 /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 Illustration / Digital

달과 첼리스트 [ 일러스트 / 디지털 드로잉 /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 Illustration / Digital Drawing / 2021년에 다닌 회사에서는 사보지 겸 무크지를 제작하는 일을 했었다. 그때 이 책의 주요 내용이

southlandart.tistory.com

 

 
솔직히 그런 말을 전해 들었을 때는 부끄러움도 느껴지고 분노도 느꼈지만 그런 감정을 다스리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표에 대한 파악이 진작에 끝났고 그런 사람에게 무시받는 것에 내가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역시 빠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내 그림을 무크지에 싣든지 말든지 난 지원금 받을 생각만 했다.
어차피 사용 안 되는 그림은 그냥 내 포트폴리오로 남기면 되는 거였다.
회의에서의 내 발언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그저 시키는 거 있으면 그것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놀았다.
이곳에 얼마나 몸 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이익만 잘 챙기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갑을 관계가 바뀌는 반전이 일어나는 건 그로부터 한 달도 안 걸렸던 것 같다.
그러니까 대표가 내 앞에서 완전 을이 되었던 건데... 짧은 시간에 굉장히 드라마틱한 관계 변화였다.
그렇게 상황이 변하게 된 연유를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당시에 회사에서 진행하던 몇 가지 프로젝트에서 내가 보여준 작업물들이 대표를 좀 흥분시켰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구성원 중에서 친구 다음으로 내가 가장 회사에 오래 붙들려있었고 마지막 날까지도 대표가 날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말들을 생각하면 초반 두 달 차에 나를 내쫓으려 했던 그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그 당시에 했던 여러 프로젝트는 다른 게시물로 올릴 생각이고 이 게시물에서는 무크지의 표지로 이용됐던 캐릭터 디자인을 올려보려고 한다.
 
 
무크지의 제목은 회사이름인 '포펀랩'을 따와서 '포펀집'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무크지에 수록할 내용들이 완성이 될 때쯤 표지에 대한 아이디어 구상을 하고 있었다.
단체 회의에서 난 몇 가지 아이디어 스케치를 보여줬는데 그 스케치의 내용은 커다란 고양이 캐릭터 였다.
고양이 캐릭터를 마치 아트 토이처럼 디자인해서 표지로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었다.
포펀집에는 미니 책자가 부록으로 같이 제작될 예정이었는데 이것은 대표의 자서전 책자;;;;; 였다.
고양이 캐릭터를 표지로 제안한 이유는 이 미니 책자 디자인과 무크지 책자 디자인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계획 했기 때문이었다.
무크지 책자에는 회사원 복장을 한 고양이 캐릭터가 있고 미니 책자에는 해골 모양의 고양이 캐릭터를 넣어서 함께 배치하면 그 고양이를 엑스레이 찍듯이 보이게 하는 효과를 생각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대표가 무척 마음에 들어 했는데 심지어는 내가 대충 그린 스케치의 고양이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그걸로 캐릭터 디자인을 해보라고 했다.
 
 

처음에 완성했던 캐릭터 디자인은 이렇지만 대표는 내가 스케치 때 그렸던 고양이 표정을 그대로 재현해 주기를 요구했다.
그래서 한 번의 수정을 거쳤고...
 
 
 

 
그렇게 이 디자인으로 표지를 만들기로 결정이 되었다.
이때는 대표의 안목이 적절했던 것 같다.
나도 처음 디자인보다는 대표가 요구한 수정을 통해 나온 디자인이 훨씬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 나름대로 고양이에 대한 설정이 있었는데 그건 흥분한 대표 앞에서 깡그리 사라졌다.
대표가 이 고양이를 보고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 회의 때 이름까지 제 멋대로 정해 온 것이다.
회사가 있던 지역인 '구로디지털단지'를 본떠서 '쿠디'라는 이름으로 정했다.
그리고 서울 곳곳의 지명을 딴 캐릭터를 바리에이션 해서 만들겠다는 큰 포부도 내비쳤다.
 
 
 
아무튼 완성된 디자인을 토대로 크루 중에 한 명이자 다른 내 친구(인맥으로 구성된 회사라 친구들이 구성원으로 많이 참여했다)가 3D모델링을 해줘서 표지에 쓸 이미지가 완성되었다.
 

3D의 힘으로 생생하게 재탄생한 내 캐릭터를 보니 굉장히 놀라웠다.
앞으로 그 친구와 협업으로도 뭔가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이 캐릭터를 이제 어떤 느낌으로 표지에 싣느냐가 다음 과제였는데 여러 아이디어 중에 빌딩 숲 한가운데에 웅장하게 놓여있는 모습으로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리고 그 작업은 디자인 담당이었던 친구가 했다.(이때쯤부터 친구도 대표에 대한 신뢰를 서서히 거두고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렇게 회사의 첫 공동 프로젝트의 표지가 완성되었다.
솔직히 성격도 불분명하고 내용도 알쏭달쏭한 무크지에 쓰일 표지로는 좀 아까운 퀄리티였다.
이렇게 내용과 표지까지 완성됐음에도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건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대표의 고질적인 성격 때문이었는데, 책을 출판을 할지 아니면 홈페이지를 만들어 웹진 형식으로 할지 아니면 일러스트, 3D등의 작업물만 추려서 포스터 북을 만들고 QR코드를 심어 텍스트는 웹페이지로 볼 수 있게 할 건지 그 방식을 두고 몇 달간 회의만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리석은 시간낭비 인력낭비였다...
결국 이 책의 최종 형태는 홈페이지가 됐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도메인 기간이 만료돼서 그것마저도 증발한 상태다.
 
 
 
 
 

만약 내가 처음 생각한 대로 무크지와 미니책자 부록이 출판물로 나왔다면 이런 식으로 재미있는 결합도 가능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 표지를 마음에 들어 했던 대표는 완성된 표지 이미지 하나를 들고 다른 사업체에 찾아가서 투자를 받으려 하기도 했고 사무실에 크게 인쇄해서 걸어두기도 했다.
어딜 가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나 보다.
 
 
 
 
 
대표는 이 캐릭터를 이용해 여러 바리에이션을 진행하려고 했다.
난 아트토이를 생각하고 만든 캐릭터인 만큼 복장을 변경해서 여러 종류의 피규어로 내놓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대표는 그런 상품보다는 큰 포부를 갖고 있었는데 마치 공직에 뜻이 있는 사람처럼 지자체와의 협업을 꿈꿨다.
대표의 부탁을 받고 단지라는 이름의 여성형 캐릭터를 만들었다.(쿠디처럼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착안한 이름)
 
 
 

단지는 쿠디에서 색상을 바꾸고 여성형의 포인트를 더 추가한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대표는 섹시하지 않다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다른 디자인으로 새롭게 디자인을 했다.(물론 새 디자인을 작업하면서도 섹시라는 요소는 고려하지 않았다...)
 
 
 
 
 

 
새로운 단지 디자인은 몰티즈 강아지를 베이스로 만들어봤다.
이 디자인에는 대표가 만족스러워했고 3D를 하는 친구가 이번에도 모델링을 해서 완성했다.
 
 
 
 
 
 
 
 

 

이번에는 내가 디자인한 기본 의상 외에도 3D친구의 여러 센스를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의상들까지 만들어줘서 완성된 모습을 보는 게 더 재미있었다.
 
 
 
 
 
 

회사에 있으면서 만들어낸 결과물 중에 많이 뿌듯하게 느끼는 쿠디와 단지.
 
하지만 회사는 사람들에게 팔 물건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점점 기울어졌다.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하고 세월만 보낸 것이다.
대표는 직원들과의 갈등도 심해서 지원금이라도 받고 일해주던 사람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먼저 회사를 나갈 줄 알았던 내가 끝까지 남아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대표가 처음 우리들에게 제안했던 그 이상적인 조건을 현실화했던 것은 나밖에 없었다.
내가 대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한 순간(갑을 관계가 바뀌었다고 느낀 순간), 난 내가 원하는 조건을 그에게 요구했고 그건 더하고 뺄 것도 없이 처음에 내가 들었던 자유로운 작업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불만을 가졌던 사무실 출퇴근과 같은 회사 생활 없이 이전처럼 프리랜서와 같은 생활을 유지하며 간간히 회사에서 필요한 작업물을 가지고 회의에 참석하기만 했다.
 
나중에 대표에게 뒤늦게 들은 것은 6월 이후에는 지원금도 끊겨서 자기 돈으로 내 월급을 줬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매출을 올릴 상품 하나 제대로 출시도 못했기 때문에 자기 사비로 월급을 준다는 것은 엄청난 손해였을 것이다.
회사 생활 초반에 불만들과 갈등을 겪은 이후로는 사실 대표에 대한 악감정은 거의 다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오히려 내 눈치를 보고 내 말을 들어주는 입장이 되었으니 내가 불만을 가질 일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회사 상황이 안 좋아져서 내가 나가야 할 시점이 되었을 때는 조금이라도 그를 더 도와주고 싶은 감정이 있었다.
나에게 필요한 일이 있다면 요청하라고 했다.
난 돈을 안 받고라도 해줄 생각이 있었다.
 
 
 
 
 
내가 나가고 얼마 뒤에 회사의 시작을 함께 했던 친구가 마지막으로 퇴사를 했고 짧은 시간 활활 불태웠던 그 회사는 사라졌다.
그리고 몇 달 뒤 대표가 새롭게 와인바를 시작했는데 메뉴판에 들어갈 만화를 그려줄 수 있냐는 문자를 보냈다.
난 그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그가 차라리 그런 일을 하는 게 더 멋있고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별난 사람이었어도 회사를 운영하면서 점점 기울어지는 한 인물의 변화를 보고 있으면 연민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가 힘들게 내 월급을 줬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마음속에 큰 부채의식이 있었다.

새로 만들었다는 와인바에 방문을 했고 의욕적인 대표 모습을 보고 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그가 부탁한 메뉴판의 만화도 저렴한 가격에 해주겠다고 했다.
만약 여건이 안된다면 그냥 공짜로 그려줘야겠다는 생각도 하고는 있었다.
그리고 대표로부터 뜻밖의 소식도 들었는데 쿠디를 이용해서 진짜 구디 지역의 행사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자체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더니 그 목표 하나는 이루고야 만 것이다.
이미 크루들이 다 떠난 상태였지만 포펀랩의 최대 성과가 아닐까 싶다.
다만 이미 행사는 끝이 났고... 캐릭터 원작자인 나에게 한마디 언급도 안 했다는 게 정말 그 인간 다운 행동이었다.
행사를 알았다면 직접 방문해서 사진도 찍고 그랬을 텐데 말이다.
대표가 제공해 준 몇 장의 현장 사진과 검색을 통해서 본 사진으로 그 행사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SNS상 누군가의 계정에 올라가 있는 사진을 지인이 캡처해서 보내주기도 했다.('이거 네가 만든 거 아니냐고' 물으면서)
그런 걸 보니 참 감정이 묘해졌다.
 
 

 

 

구디G마켓

구디G마켓

fromdothouse.com

 

행사 이름은 구디지마켓.
남들이 찍은 사진으로 봐도 묘한 기분인데 내가 실물로 저 대형 인형을 봤으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무튼 내가 만든 캐릭터가 그에게 새로운 목표를 줬고 작은 규모이지만 그 목표를 일부분 달성했다는 것에 뿌듯함이 느껴졌다.
새로운 와인바도 잘 되길 축복해 주고 메뉴판에 대한 작업 이야기는 곧 다시 하자고 한 뒤에 짧은 만남을 끝냈다.
돌아가는 길에 친구에게 와인바에 대해서 긍정적인 느낌으로 통화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 난 그가 와인바를 운영하면서 분명 행복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 촉은 분명 그가 어울리는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와인바에서의 짧은 만남이 대표와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와인바는 잘 되지 않았나 보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다른 그의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퇴사 때 느꼈던 그 부채의식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그가 힘든 상황이 된 것에 나도 한 몫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장례식은 치러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물어 친구와 함께 화장터에 찾아갔다.
가족들과 소수의 지인만이 참여했다.
고인을 모시는 리무진이 들어오고 관을 운구할 사람이 한 명 더 필요하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달려갔다.
내가 찾아간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메뉴판 만화는 못 그려줬지만 마지막에 해줄 수 있는 일이 그것이라도 있었다.
한때는 무척 미워했던 사람인데... 눈물이 참을 수 없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울고 있으니 대표의 어머님께서 오히려 나를 위로하시며 포옹을 해주셨다.
그리고 와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
 
화장터 주차장에서 오랜만에 회사 사람들 몇을 만났다.
그리고 내가 와인바에 한번 갔을 때 만났던 셰프님도 계셨다.
그의 말을 통해 와인바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회사에서 우리가 봤던 대표의 모습 그대로 와인바에서도 행동했다.
일을 무수하게 벌여놓고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그 과정.
그는 끝까지 그 다운 인생을 살았다.
어쩌면 회사를 시작하고 와인바까지 이어졌던 21~22년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불타올랐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 짧은 기간에 큰돈을 원 없이 써가며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고 갔으니까...
 
쿠디를 보면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