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로즈의 계단을 오르는 듯했던 10년

2023. 4. 28. 01:04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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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굉장히 길게 느껴졌던 나의 첫 책 작업을 끝냈다. 완성을 했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드디어 내가 무언가를 하나 만들었구나.'라는 뿌듯한 느낌.

 

 하지만 그 감정이 오래가진 못했다. 책이 실제로 나오기 전까지 몇 달간은 내 생각과는 다른 여러 시행착오들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아무튼 그런 과정들을 거쳐 내 인생에 첫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책에 들어가는 내용을 다 완성하고 나서는 제작과정에 내가 할 일은 끝난 상황이었다. 나머지 과정은 책의 디자인과 편집 그리고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와 같은 외부 요소였다.

 

 그 시기에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 이제 막 무언가를 끝냈는데 다음에 뭘 해야 할지가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때 티스토리에 새로운 블로그를 만들어서 내가 예전부터 했던 작업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작업물만 올리는 게 아니라 TMI라고 느껴질 정도로 그 작업을 할 때 내 상황과 감정들을 최대한 풀어쓰려고 했다.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갑자기 그렇게 해보고 싶다고 느껴져서였다. 

 

 블로그에 글이 채워지면서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하나둘 끄집어냈다. 무언가에 도전했던 기억들... 확실히 즐거웠던 기억이 많았다.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다시 떠올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작업물들을 모아놓은 폴더를 살펴보니 몇 년 전에 썼던 단편 시나리오들이 있었다. 다시 읽어보니 꽤 훌륭한 이야기라고 느껴질 만한 것들도 있었다. 그냥 내 폴더 안에 묻어두기엔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그 시나리오들을 이용해서 만화를 그리고 있다. 오래전에 도전했다가 또 오랫동안 포기하고 있었던 만화... 다시 만화 작업을 하니 내 실력도 달라졌고 많은 게 새롭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별 다른 목표를 정해두지 않고 그냥 작업을 묵묵하게 진행했다. 굳이 목표라면 딱 하나 '완성'이다.

 

 몇 년전에 열심히 도전했었던 공모전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블로그에 공모전에 도전했던 여러 이야기들을 올리면서 그 당시의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절망까지 다시 되새기게 되니 공모전에 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마침 나에게 의미 있었던 여러 대회들이 새롭게 열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파이널리스트에 올라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코픽어워드도 곧 시작될 예정이고, 나에게 첫 티셔츠 출시의 경험을 주었던 끄라몽은 늘 공모전이 열리고 있고, 동화작가의 로망을 주었던 교보 스토리공모전도 이제 시작했다.

 무엇보다 내 인생에 첫 공모전 수상의 경험을 하게 했던 동아연필 카페에서는 새로운 이벤트 공지가 올라왔다. 정말 오랜만에 동아연필 카페에 들어가서 공지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사실 예전에 내가 수상했던 대회들도 공모전이라기보다는 그냥 작은 이벤트에 가까웠다. 그래서 점점 이곳의 이벤트에 대한 관심이 멀어졌던 것 같다. 이번엔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모집하는 글에 신청을 했다.(미리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대회를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선정된 참가자 목록에 '사우스랜드'의 이름을 보고 두근거렸다.

 

 첫 책을 출간하고 나서 나의 상황을 보니 다시 여러 해 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몇 년을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들은 곧 이 블로그에 올라올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누적되다 보면 내 펜로즈 계단에 새로운 통로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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