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0. 14:21ㆍ작업일지/그림 일러스트
2017년에 인스타그램을 즐겨보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작가들의 회화그림들이 내 피드를 꽉 채우고 있었다.
그 시기에는 특히 수채화에 관심을 가졌다.
내가 입시를 할 때 쓰던 방법과는 전혀 다른 채색으로 완성된 그림들이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초등학교 - 중학교 - 고등학교 내내 학교에서 배우는 수채화는 입시 미술 중 하나인 정물수채화의 과정과 같다.
색과 붓 터치를 과하게 표현하는 느낌이랄까.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각 개인마다 개성은 사라지고 같은 스타일의 그림만 남는다.
나 역시도 입시 미술만으로 수채화를 접했기에 수채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다가 세계의 여러 화가들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수채화 물감을 이용하는지 알게 되니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낙서하듯이 수채화 물감으로 끄적이곤 했다.
역시나 물을 이용한다는 것은 웬만큼 숙련도가 있지 않는 한 정말 힘들었다.
난 애니메이션과로 진학하길 희망했기에 입시 당시에 상황표현이라는 것을 했었는데, 주로 활용하던 게 수채화 물감이었다.
몸에 습관처럼 배어있는 수채화 채색 방법이 오히려 이 재료에 대해서 이해하는 데에 좀 걸림돌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여러 수채화들처럼 풍경화를 그리기 위해서 직접 사진을 찍으며 다녔다.
어떤 그림은 만족스럽게 풍경을 그렸고 어떤 그림은 너무 불만족스러워서 그리다가 포기할 때도 있었다.
한 번은 컴퓨터 폴더 속에 여러 사진들을 보다가 내 반려견인 뽀실이를 분양받고 얼마 안 된 시점에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오래전에 폴더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해상도도 처참하고 색도 잘 표현되지 않은 사진이었다.
그런데 왠지 그 사진을 그리고 싶었다.
2017년 12월 13일 완성한 그림.
이때는 뽀실이가 조금씩 몸에 문제가 생기면서 다리를 절뚝이던 때였다.
뽀실이가 정말 늙어가는구나 실감을 하니 진정이 잘 안 됐었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이때처럼 다시 건강해지라고 속으로 계속 기도했던 게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