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2. 11:54ㆍ작업일지/낙서 습작
2021.09.11
이제는 종이와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 전체 작업의 1%는 될까 싶다.
그만큼 디지털 드로잉의 편리함에 나 자신이 푹 젖어간다.
디지털에 젖어들수록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혼동하게 된다.
한번 선이 그어지면 되돌릴수 없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가 바보같이 종이 왼편을 두 손가락으로 툭툭 친다.
선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를 깨닫는 것도 몇 초가 걸린다.
종이 위에 두 손가락을 아무리 벌려봐도 그림이 확대되지 않는다.
알아서 그림을 묘사해주던 디지털 브러시들도 없다.
사쿠라에서 주최했던 글로벌 미술대회 '2020 피그마망가콘테스트'에서 2등을 하고 다양한 사쿠라 제품들을 상품으로 받았다.
갑자기 많아진 미술용품들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책상을 이리저리 정돈하면서 겨우 상품들 수납을 완료했다.
그렇게 책장과 서랍 속에 보관된 상품들은 오랫동안 꺼내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브러쉬펜 세트에 잠깐 관심이 갔다.
역시나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있던 드로잉북을 열어 한 장의 그림을 그렸다.
그림 인생의 대부분을 종이와 펜으로 보냈지만 잠깐동안 접한 디지털 드로잉이 나의 버릇을 완전히 잠식했다.
어색해진 종이 위 펜의 질감..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림에 대한 접근성은 더욱 좋아진다.
발전하는 디지털 브러쉬들을 보면서 '저건 그림이 아니라 도장 찍기구나'라고 생각한 게 얼마 전인데 이제는 AI가 대신 그림을 그려준다.
그리고 그런 그림이 각광을 받기도 한다.
이제는 타이핑으로 그림을 그릴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역설적으로 진짜 묘사를 하는 사람들은 디지털을 떠나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종이나 캔버스 위에 온전히 내 손으로 완성한 그림이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내용추가
사쿠라 팬 코리아 인스타그램 페이지에서 (2024년) 1월의 콘텐츠로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