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7. 11:23ㆍ작업일지/낙서 습작
어제는 일부러 평소 안 가보던 골목을 오래 걸어가 봤다.
늘 저녁이 되면 집 앞 운동장을 달리는데 비 예보가 잡혀있어서 운동장 러닝을 하기 힘들 거 같아, 차라리 2만 걸음 이상 미리 걸어놓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릉역에서부터 송파역에 있는 카페까지 쭈욱 걸었다.
아마 한 시간 반 정도 걸은 것 같다.
이제 여름이 되면 우리나라는 동남아 우기를 떠올리게 하는 기후가 된다.
어느 정도 걷다가 잠깐 하늘에서 비 몇 방울이 떨어지기에 그냥 맞으면서 걷자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미친 듯이 퍼붓기 시작했다.
미리 장우산을 챙겨갔지만 우산이 소용없을 정도로 퍼붓는 폭우였다.
평소라면 비를 피하기 위해 근처 카페든 뭐든 어디론가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이 썩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사람 없는 골목길에 나 혼자 폭우를 맞으며 걸었다.
그리고 올해 하고자 했던 나의 계획들을 계속 생각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두근거리는 계획들이었다.
그 계획들은 나중에 포스팅을 따로 작성해 볼 예정이다.
7월의 반절이 꺾인 지금 계획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 좋은 시점인 것 같다.
2022년 1월 23일에 아이패드로 그렸던 '늙지 않는 전사'라는 그림.
이 시기에는 내가 SNS에 업로드할 그림을 매일매일 작업했던 것 같다.
그만큼 내 SNS가 가파르게 성장하던 시기였고 그걸 지켜보는 것에 재미를 많이 붙이고 있었다.
1월 23일에 완성했지만 주로 작업했던 날짜는 21일이었다.
영등포구청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신나게 그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런 습작 한장 한 장 그리면서 동시에 스토리도 러프하게 생각했었다.
언젠가 내가 만화를 그릴때 다 쓰임새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는 2년이 더 지난 이 그림에 내가 어떤 스토리를 생각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이 그림이 지금의 내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
내 스스로 철들지 않아 보인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나의 이런 철부지 같아 보이는 모습을 고민하던 때에 내 가장 친한 친구가 해줬던 말이 있다.
- 나는 네가 아주 천천히 여러 방면으로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분명히 그게 빛을 볼 것이다.
올해 들어서 정말 하나씩 빛줄기가 내 눈에 살짝씩 비치기 시작했다.
철부지가 아니라 늙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