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겨울 - 두번째 겨울 이야기 / 겨울의 냄새들 [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 IPAD Procreate / 습작 / 그림 / 일러스트 / 디지털 드로잉 / Art work / Digital Drawing / Illustration ]

2023. 11. 17. 12:46작업일지/낙서 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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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일러스트 Winter Illustration 나만의 겨울 이야기 [ 그림 / 드로잉 / 습작 / Art work / Digital Drawing ]

내가 그림을 그릴 때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집에도 그림 작업을 하기 위한 세팅이 모두 되어 있지만 집이라는 환경에서 창의력과 집중력을 발휘하기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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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겨울이야기에 이어서 ~

 

 

 

어제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눈으로 바뀌었다.

올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즌에 처음 보는 첫눈이다.

2021년 이맘때쯤 그린 습작의 제목이 '비 온 뒤 겨울'인 것을 보니 그때도 비슷한 날씨였나 보다.

그 시기에 회사에서 진행했던 '시티팝풍 타로카드 컬러링북' 프로젝트의 느낌이 많이 남아있는 습작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시기를 그린 그림을 많은 걸 보면 난 이 환절기에 더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올해는 그림보다는 그냥 걸어 다니고 싶어 진다.

오늘도 어제 진동했던 비 냄새가 다시 건조하고 차가운 겨울냄새로 바뀌니 그냥 걸어 다니고 싶어졌다.

걸어 다니면서 길에서 풍기는 겨울 특유의 향취들을 맡고 싶다.

 

며칠 전 광명시의 한 거리에서 진한 등유냄새를 맡았다.

어디서부터 풍겨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삼거리를 가득 메울 정도로 진했다.

등유냄새를 맡으면 난 초등학교 2학년 겨울에 다녔던 동네 학원이 생각난다.(그 당시에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다. 1995년)

당시에 산수경시대회에서 반에서 꼴찌를 하고 담임선생님에게 크게 혼난 뒤에 부모님에게 말해서 다녔던 내 인생 첫 공부학원이었다.

그 학원에서는 산수와 영어를 배웠는데 겨울방학 때 특히 영어반을 즐겁게 다녔던 추억이 있다.

학원에 가면 난로에서 풍기는 등유냄새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학원 맞은편에 있던 씨이피자라는 피자가게에서는 가끔 피자 냄새가 흘러왔다.

그러면 슬슬 허기지기 시작하면서 군침이 돌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겨울에 맡는 피자냄새는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크리스마스에 가까워지는 11월에 학원 선생님은 부모님들을 모시고 영어로 캐럴송을 부르는 공연을 하자고 했었다.

그때 '울면 안 돼'의 영어 가사를 처음으로 모두 외웠다.

그 공연을 준비하는 겨울방학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등유냄새는 그 시간으로 날 돌려보내주는 타임머신과 같다.

 

겨울에는 난 늘 감기를 달고 살았다.

한번 걸리면 낮에만 빼고 아침저녁으로 기침이 심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늘 뜨거운 유자차를 주셨다.

언젠가부터 겨울에 카페에 가면 유자차가 나의 주 메뉴이다.

카페에서 유자차 향이 느껴지면 나에게 비로소 겨울이 온 것이다.

유자차는 내 목에 간지러움을 없애준 것처럼 지금도 내 마음에 안정을 준다.

 

유자차의 추억보다 더 어렸을 때에는 핫초코를 즐겨마셨다.

마일로라는 분말형태의 핫초코 제품이었다.

그때는 핫초코 보다는 코코아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렀다.

따뜻한 물에 타먹는 게 정석이었지만 그때는 그저 초콜릿 단맛이 좋아서 숟가락 가득 마일로 가루를 얹고 물을 조금만 섞어서 걸쭉하게 초콜릿처럼 만들어 먹었다.

그 시기의 기억 때문인지 분말형태의 핫초코 통을 열 때 풍기는 특유의 꼬릿 한 초코가루 냄새를 맡으면 역시나 어린 시절 겨울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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