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1. 12:46ㆍ작업일지/낙서 습작
얼마 전 자주 가는 감자탕집 앞에 식빵을 굽고 있던 새끼 길냥이 하나를 발견했다.
주변에서 잘 얻어먹고 다니는지 살집도 있고 털상태도 건강해 보였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녀석이 반응하며 '야옹'소리와 함께 다가왔다.
나는 기겁을 하면서 다가오지는 말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고양이가 좀 무섭다.
친구네 집이나 직장에서 고양이들을 접했지만 개와는 다른 느낌과 반응 때문에 그들과 접촉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길에서 고양이를 보면 나에게 굉장히 친근한 경우가 많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지인들과 함께 있다 보면 길냥이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그 길냥이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지 않고 꼭 나에게 와서 비벼댄다.
그러면 난 얼어버린다.
아무튼 고양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그 감자탕집 앞의 새끼 길냥이는 좀 마음이 갔다.
아마 겨울을 앞둔 시점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늦은 저녁으로 뼈해장국 한 그릇을 시켜 먹은 뒤에 사장님께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밖에 있는 고양이는 혹시 키우시는 고양이냐고...
사장님의 대답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느 날부터 보이기 시작해서 밥은 주는데 너무 가엽다고 하셨다.
그리고 누군가가 데려간다면 정말 좋겠지만... 얼마 전에 실제로 누군가가 집으로 데려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려놨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집에서 살기엔 이 새끼 길냥이는 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인간의 관점으로 생각할 순 없는 노릇이다.
새끼 길냥이는 누군가에 집에서도 길로 다시 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2020.04.27
2020년에 친구들과 함께 하루에 한 장 드로잉을 해보자고 했었다.
그래서 많은 습작들이 쌓였었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 하루 한장 드로잉을 하는 사람은 나만 남게 되었다.
매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림 자체보다는 생각과의 싸움이다.
매일 뭘 그려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였다.
이때는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뽀실이 생각이 많이 났던 시기였다.
그래서 이때도 뽀실이와 산책하던 날을 상상해서 그렸다.
뽀실이는 특이했던게 같은 종인 개들은 굉장히 무서워했었다.
길에서 개들끼리 만나면 서로 짖거나 서로 냄새를 맡거나 어쨌든 반응이 격렬한데 뽀실이는 멀리서부터 개가 보이면 내 뒤로 숨기 바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길냥이는 언제나 반가워했다.
뽀실이가 잘 걷다가 갑자기 차 아래를 살펴보면 그것은 그곳에 고양이가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뽀실이는 단 한번도 고양이에게 환대를 받은적이 없었다.
늘 하악질과 따귀를 맞을 뿐이었다.
뽀실이는 코커스파니엘 특유의 큰 귀때문에 고양이에게 따귀를 맞을 때마다 더 처량해 보였었다.
머리 긴 사람이 따귀 맞을 때 휙 넘어가는 머리카락들 같은 느낌이랄까.
고양이에게 한 대 맞으면 깨갱 소리를 낼만도 한데 뽀실이는 늘 눈만 꾹 감고 헤헤 거리며 웃던 녀석이었다.
뽀실이 생전에 한 번이라도 뽀실이를 반기는 고양이를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