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3. 23:49ㆍ잡담
저번주, 옵셋 인쇄 감리를 보러 인쇄소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책이 얼마나 완성되었는지 무척 궁금했지만 굳이 출판사와 인쇄소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요일에 드디어... 책이 모두 완성되어 유통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뜻 밖에 난관이 하나 생겼다.
원래는 표지에 가공이 들어가야 하는데 인쇄소에서 실수를 한 것이다.
급하게 인쇄소로 달려가서 책들을 살펴봤다.
폐기하고 다시 생산하느냐 아니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타협점을 찾느냐의 문제...
상자 안에 가득한 나의 책들을 보니 폐기는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다. (내 자식 같은 책들을 폐기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 많은 양의 종이들을 의미 없이 없애버리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인생 첫 책인데 출간 과정에서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직접 적정한 타협점을 제안을 했고 인쇄소 측은 자신들의 실수를 만회할 제안에 흔쾌히 수락을 했다.
(가공이 들어갔다면 더 이뻤겠지만) 물론 지금의 표지도 만족스러웠기에 타협도 가능했다.
디자인을 맡았던 친구가 오래전부터 일을 맡겼던 인쇄소인데 이런 실수는 처음이고 상상도 할 수 없던 거라 했다.
어쩌면 나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냥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책은 곧 바로 유통업체로 이동했고 주문한 수량 외에 남은 책들은 출판사와 내가 적당히 나눠가졌다.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국립중앙도서관에 책 두 권을 납본하러 다녀왔다.
황사가 매우 심했던 오늘.
국립중앙도서관에 첫 방문을 했다.
내 인생의 대부분을 살았던 서초동인데 국립중앙도서관에 가볼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이 앞길은 수천번 지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내 책을 납본하기 위해 첫 방문을 한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미 여러 번 납본을 해봤던 친구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내가 국립중앙도서관 안으로는 처음 들어봤다고 하니 친구가 놀랐다.
20대 시절,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몽마르뜨 공원에 친구와 함께 자주 산책을 다녔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 와본 적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나 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책들이 보였다.
내가 정리할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다 정리는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책은 이곳으로 모두 모인다.
나의 책을 제출하는 것은 빠르게 끝났다.
책을 납본하면 한 권 가격을 정가로 정산해 준다.
하지만 두 권을 제출하기 때문에 1+1으로 판매한 기분이다.
그리고 곧 포털에서 내 책이 검색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오랫동안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막상 그 꿈을 이루고 나니 좀 얼떨떨하다.
저렇게 검색이 돼서 책설명이 나오는 것도 왜인지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검색을 하며 출간의 기분을 만끽하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 다른 작업을 시작했다.
다음에는 더 멋진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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