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6. 22:18ㆍ잡담
4월 6일, 오늘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쏟아부었던 노력의 결실을 맺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뗀 날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 첫 번째 책 출판을 위해 인쇄소로 감리를 보러 갔다.
회사의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 타로카드를 소재로 한 책과 굿즈를 만들기로 했는데,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내가 그림과 글까지 모두 맡아서 결과적으로 저자가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 제본까지 끝나서 진짜 완성이 되면 풀어보려고 한다.)
어쩌다 보니 이 책의 장르가 좀 복합적으로 됐다.
단순한 타로카드 가이드북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완성도 있는 새로운 타로카드 일러스트 디자인을 볼 수 있고 그에 맞는 스토리까지 즐길 수 있는 문학작품으로 방향성을 잡아 작업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본래의 색감에 맞게 인쇄되는 게 중요하다.
책의 전반적인 편집을 맡은 친구와 함께 이슬비가 내리던 오늘 아침 10시에 인쇄소로 향했다.
인쇄소에는 이미 내 책의 표지 샘플 몇 장이 나와있었다.
그동안 성수동과 충무로를 지나가면서 스쳐보기만 했던 인쇄소에 직접 들어와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막 도착했을 때는 왠지 긴장이 돼서 그림이 눈에 잘 안 들어왔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보니 색감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는 어떤 퀄리티든지 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걸 볼 수만 있다면 다 만족스러울 것 같았는데, 막상 인쇄소에서 실제 책으로 쓰일 인쇄물들을 보니까 욕심이 더 생겼다.
하지만 세상 일이 욕심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무언가를 취하면 무언가는 내줘야 한다.
진한 색감과 선명한 디테일 중에 밸런스를 잘 잡아야 했다.
다행히도 처음에 제안한 조정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그 세팅으로 나머지도 인쇄하기로 결정.
첫 인쇄소 나들이가 재밌었는지 철부지처럼 내 그림들이 뽑혀 나오는 걸 신나게 지켜봤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 그림이 다른 책의 표지나 삽화로 쓰인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내가 저자가 되어 내 책이 나오는 건 이 순간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맞춘 세팅으로 인쇄된 표지들.
표지의 경우 나의 그림을 갖고 친구가 색감을 편집한 것이기 때문에 나보다는 친구의 의견이 중요했다.
나에게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에 들어갈 타로카드 이미지 였다.
표지와 같은 세팅으로 내부의 페이지들도 뽑아봤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내가 아이패드로 작업했던 그 색감에 근접하게 나왔다.
이 이미지들까지 보고 나니까 진짜 책이 나온다는 게 실감이 됐다.
실질적인 감리를 마치고 나니 인쇄소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복잡한 일들을 순식간에 뚝딱뚝딱 처리해 나가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한쪽에서 인쇄를 완성하면 지게차로 종이들을 옮기고 모든 게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모든 페이지를 다 내 눈으로 확인하진 않았지만 신뢰감을 가득 안고 인쇄소를 나올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며칠 뒤면 완성된 책을 내 손으로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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