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6. 12:53ㆍ공모전 수상작
2019년 초 여름. 청계천에서 청년 일러스트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청계천에서 열리는 두 번째 일러스트 공모전이었다.
1회 공모전 때도 마감 날에 부랴부랴 완성해서 응모는 했었는데, 역시나 하루 만에 급조해서 완성한 그림으로 수상은 택도 없었다.
청계천은 종로부근으로 놀러가는 날이면 늘 들려보는 친숙 하면서도 좋아하는 장소라 이 공모전에 대한 아쉬움이 컸었다.
게다가 내가 이 공모전에 대한 소식을 알려줘서 함께 도전했던 대학 동기 형은 동상을 수상했기에, 좀 더 집중해서 도전하지 않았다는 게 후회됐다.
그래서 제 2회 공모전 소식이 들려왔을 때는 확실히 마음에 준비가 되어있었다.
1회가 2018년 11월, 2회가 2019년 5월에 열렸으니 6개월 만에 빠르게 다음 대회가 진행된 것이었다.
지난 대회에서의 아쉬움이 큰 입장에서는 이렇게 빠르게 다음 대회가 열린 것이 정말 좋은 기회였다.
이때는 마침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그림 그리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있던 시점이었다.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내가 새롭게 시도하고 있던 스타일을 접목해서 작업을 진행했다.
대회 주제가 '청계천의 사계'였기에 그림 하나에 사계절의 이미지를 모두 담는 게 중요했다.
시간이 날때마다 청계천에 가서 사진 촬영을 하고 카페에서 작업을 하는 패턴을 반복하여 완성했다. (2019.05.27)
청계천에는 많은 추억이 있기에 그 추억의 단편들을 그림 안에 모두 넣으려고 했다.
지금 보면 많이 부족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완성했을 때 시점에서는 대만족 했던 기억이 난다.
수상의 기대도 꽤 컸었는데.. 다행히 은상을 받게 되었다.
수상소식을 건대입구에서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 보게 되서 그날 저녁이 정말 맛있었던 추억...
이렇게 지난번 탈락의 아쉬움을 달랠수 있었다.
다른 수상작들을 보니 내가 은상을 받은 것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스타일도 멋지고 아이디어도 훌륭한 작품들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대상 수상작은 감탄이 나왔었다.
공모전에 도전한다는 것은 이렇듯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통해 배울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 준다.
수상을 하고 나서 예상치 못한 수정사항도 있었다.
당시에 노견이었던 나의 반려견을 그림에 꼭 넣었었는데, 알고 보니 청계천에는 개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이다 보니 이런 서울시 조례에 위반되는 사항은 꼭 수정을 해야 했다.
다만 시각 장애인 안내견은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 반려견이 시각 장애인 안내견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수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안내를 받는 시각 장애인의 모습도 추가로 그려 넣었다.
수상작들은 청계천 광교 갤러리에서 한동안 전시를 했었다.
청계천을 오가며 광교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도 많이 봤었기 때문에 내 그림이 이곳에 걸린 다는 것도 매우 기분 좋은 일이었다.
2019년 여름.
전시회를 보러 광교로 갔던 날의 모습.
지금은 돌아가신 고모도 나의 그림을 보러 함께 오셨었다.
즐거웠던 추억..
전시회는 1회와 2회 수상작이 모두 전시되고 있었다.
따라서 1회 때 수상했던 동기 형의 그림도 볼 수 있었다.
총 28점의 그림들이 광교아래에 빽빽하게 걸려있었다.
직접 인쇄된 실물그림을 보니 인쇄도 신경 써서 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종각역 지하상가로 내려가다가 이 그림이 걸려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지금보다 훨씬 어리숙한 실력의 그림이기 때문에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창피한 느낌이었다.
지금도 걸려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