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ee 설정과 스토리 #01 - 패러사이트 머신 [ 붓펜 그림 / 판타지 일러스트 / 드로잉 ]

2025. 2. 19. 13:12스토리/PU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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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그림 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반짝 흥행했던 플랫폼인 '그라폴리오'에는 스토리라는 기능이 있었다.

그림이든, 사진이든, 만화든 자유로운 장르 / 소재로 연재를 하는 것이었다.

연재 주기를 설정하고 스토리를 시작하면 어쨌든 일정 시기마다 작업물을 올려야 했기에 동기부여도 되는 기능이었다.

하지만 어떤 보상이 주어지는 연재는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게시물만 올리고 무한 연재 중단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그 당시에 몇 가지 스토리를 올렸었다.

스토리라는 게시판 이름에 맞춰서 하나의 설정과 세계관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연재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중에서도 꽤 오랫동안 올렸던 게 'PUree'라는 스토리였다.

그림 자체는 2017년에 서점에 갔다가 구매한 붓펜과 드로잉 북으로 끄적였던 것을 이용했고 그 그림에 스토리 및 설정을 붙이는 방식으로 그라폴리오 스토리 연재를 했었다.

이미 그려놨던 그림에 스토리를 붙이는 작업이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

처음에 그릴 때에도 '같은 세계관이다'라는 생각은 했지만(애초에 낙서에 가까운 그림이었기에) 그거에 너무 얽매이지는 않았는데, 스토리를 만들다 보니 하나의 세계관으로 설정이 모으는 것에 몰입이 되었다.

 

PUree라는 이름은 내가 만든 세계관 그 자체의 이름이다.

'뿌리'에서 따온 것으로 붓펜으로 이 그림들을 그릴 때, 미리 스케치로 구도나 계획을 잡고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땅에 뿌리를 내리 듯 즉석 해서 드로잉 한 거라, 그 당시 그렸던 그림들을 모두 묶어서 그 프로젝트 명으로 불렀었다.

그런데 스토리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그 'PUree'라는 프로젝트 명이 세계관 이름으로 변경된 것이었다.

 

 

이 게시판에는 벌써 8년이나 지난 2017~2018년 경에 그라폴리오에 연재했던 'PUree'의 내용들을 그대로 올려보려고 한다.

이 포스팅은 첫 번째 게시물이라 사전 설명이 길지만, 이후로 올리는 게시물에는 그림과 스토리 그리고 그림 그렸을 당시에 내가 다른 블로그(네이버)에 적었던 글을 첨부해서 올릴 예정이다.

 


 

2017.03.10 블로그에 메모한 글

 

생일날, 친구랑 함께 한강 돌아다니다가 카페에 앉아서 끄적인 그림.
 새로 산 스케치북에 그렸는데 붓펜이 착착 감기는 게 느낌이 좋다.
 가운데 얼굴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빙빙 돌려가며 즉흥적으로 그려나갔다.
 즉흥적으로 그려서인지 뭔가 유물 같은 느낌과 기계적인 느낌, 생물적인 느낌이 짬뽕되어 있다.
 수다 떨면서 그때그때 설정을 만들면서 그리니까 꽤 재밌었다.
 한두 시간 그린 것 같다.
 제목은 패러사이트 머신(기생 기계)으로 정했다.
 위기 상황에선 위에 있는 털 달린 다리로 빠르게 도망간다는 설정.
 3D를 하는 친구에게 나중에 모델링을 해보라고 했다.
 친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PUree #01 패러사이트 머신

 

 

 사람들이 마을에 정착하기 이전부터 그것은 그 자리에 있었다. 몇백 년을 살았을지도 모르는 고목나무 기둥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걸려있는 얼굴(가면) 하나. 얼굴은 나무에 단단히 박힌 듯,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힘을 써서 떼어놓으려고 해 봐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후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초월적 존재라고 생각했다. 마을의 중요한 일은 물론이고 주민 개개인의 사소한 일까지도 모두들 그 얼굴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은 점점 규모가 커졌고 번성하게 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모든 게 그 얼굴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이 얼굴이 마을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마을에 사는 고아 하나뿐이었다. 절을 하는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고아는 그 얼굴의 눈빛이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대지진이 찾아왔을 때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얼굴을 찾아왔다. 사람들이 기도를 하는 도중, 땅의 흔들림이 심해지자 나무속에서 얼굴의 본체가 나왔다. 시커먼 털들이 달린 다리로 그것은 순식간에 숲 너머로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무속은 이상한 검은 선들로 빽빽했고 우레와 같은 소리가 안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기겁하며 모두 도망가기 시작했다. 고아는 그것이 사라진 자리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곤 천천히 얼굴이 기어들어간 어두운 숲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 ~

 

PUree 설정과 스토리 #02 - The Spirit of Root / 뿌리의 정령 [ 붓펜 그림 / 판타지 일러스트 / 드로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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