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2. 14:22ㆍ작업일지/그림 일러스트
2019년 11월 21일. 지금은 없어진 그라폴리오에서 열렸던 크리스마스 스마트폰 배경화면 공모전에 냈던 그림.
이 블로그에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해 놓고 까먹어버렸다.
오늘 이 그림을 올리는 이유는 뽀실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어제는 삼성역에 약속이 있어서 일정을 보내고 사당동 집까지 쭉 걸어갔다.
태풍의 영향으로 며칠 비가 왔고 그때문인지 날씨가 매우 시원했다.
걷기 딱 좋은 날이었다.
어제인 8월 21일은 다양성만화 사업 중간평가가 이루어지는 날이기도 했다.
결과는 빠르면 금요일에 나온다고 했다.
최종 기획 분량 250페이지 중 난 무려 244페이지를 냈기 때문에 중간평가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다음 작업에 대한 여유가 많았다.
머릿속에는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고 뭘 할지 조금씩 정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테헤란로를 걷다보니 어느덧 서초동에 다다랐다.
중간에 서초동을 지나면서 남부터미널 부근에 있는 사무실에 잠깐 들어가서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갔다.
그리고 다시 나와서 예전에 자주 걷던 현대슈퍼빌 앞에 산책로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코커스파니엘 한 마리를 봤다.
주인과 함께 산책중이었는데 멀리서 봐도 긴 귀를 늘어뜨리고 어기적 걷는 모습이 코커스파니엘 특유의 바이브가 있어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순간, 내 반려견 뽀실이와 그 길을 걷던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한때 뽀실이와 자주 걷던 산책길이 남부터미널쪽이었다.
주로 저녁시간, 퇴근하는 인파가 많을 때 그 길을 걸었었다.
현대 슈퍼빌 앞에는 마치 문처럼 생긴 여러 개의 조형물이 있는데 뽀실이와 함께 그 문을 통과하면서 걸었었다.
꽤 긴 시간 내 생활의 한 패턴이었던 그 일상들..
뽀실이가 떠나고 난 뒤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어제는 일부러 그 문처럼 생긴 조형물 안으로 들어가서 걸었다.
사당동 집에 도착하니 25000걸음을 채웠다.
시원한 날씨였지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운동장을 뛰지 않았어도 충분히 운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적으로 체중을 쟀는데 79.6Kg이었다.
올해 목표였던 체중 앞자리 7로 만들기는 성공했고 이제는 조금만 더 빼서 유지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정이 지나고 수많은 생각들을 안고 침대에 누웠다.
생각들의 무게에도 몸이 고단해서인지 금세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뽀실이가 나오는 꿈을 꿨다.
뽀실이와 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어딘지 모를 곳이었다.
난 뽀실이의 줄을 꼭 잡고 있었는데 뽀실이는 내가 버거울 정도로 신이 나 있었다.
미친 듯이 폴짝폴짝 뛰는 뽀실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힘겹게 쫓아갔다.
마치 달에 있는 것 처럼 뽀실이가 뛸 때마다 체공시간이 엄청 길었다.
그 모습이 정말 신나 보였다.
폴짝폴짝 ~ 그리고 펄럭이는 귀.
그렇게 산책 중에 잠에서 깼다.
잠깐의 여운을 느끼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무래도 난 다른 개는 못 키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