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 바캉스 ~ 오뚜기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탈락 후기 [ 일러스트 / 디지털 드로잉 / 그림 / Illustration / Digital Drawing / Art Work ]

2024. 4. 12. 23:50작업일지/그림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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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양성 만화 지원사업에 공모하기 위해 열심히 만화 작업을 했던 2월.

지원 마감일까지 빡세게 작업을 하고 나니 피로도가 확 올라가서 당분간 만화 작업을 하기 힘들었다.

그때 기분 전환 겸(작업의 피로는 작업으로 푼다) 공모전을 알아보다가 오뚜기에서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을 주최한다는 홍보물을 보게 되었다.

오뚜기는 갓뚜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호감 가는 기업으로 유명한 곳이고 나도 오뚜기 제품을 즐겨 먹기에 이 공모전 역시 매우 참여하고 싶었다.

공모전 기간도 넉넉하고 홈페이지에 공모전 요강이나 지난 회 수상작 등 안내도 친절하게 잘 되어 있었다.

지난 수상작들을 보니 그림 스타일이 꽤 다양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즐겨 쓰는 스타일대로 작업해도 좋을 것 같았다.

 

요즘에 만화 작업을 쭉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일러스트 공모전에는 마치 한컷 만화처럼 스토리가 어느 정도 느껴지는 구성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오뚜기 제품들을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해 보니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빌라 옥상에 소소한 파티를 열고 오뚜기 음식들로 테이블을 채운 장면이었다.

오뚜기가 저렴하고 부담 없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특징이 있는 만큼 적절한 구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상까지 완료되었으니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옥상, 테이블, 의자와 같은 그림의 소재가 되는 배경이나 소품들을 직접 촬영해서 활용해야 했다.

처음에는 분위기 좋은 라운지 펍이나 카페를 배경으로 하고 싶어서 돌아다녀봤는데 내가 생각하는 분위기에 딱 맞는 장소가 없어서 그냥 우리 집 옥상을 촬영해서 소재로 사용했다.

그리고 테이블과 의자는 광화문 광장을 돌아다니다가 세종문화회관 옆에 있는 야외 라운지에 있는 테이블, 의자를 촬영해서 사용했다.

그때 돌아다니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지금까지 잘 간직하고 있다가 이 포스팅에 쓸걸 그랬다...(모두 그림작업이 완료된 다음에 삭제...)

 

원하는 소재들을 촬영하고 나서 그림 작업에 들어갔다.

그림 작업은 3월 18일에 시작해서 딱 한 주 동안 진행했다.

18일 월요일부터 24일 일요일까지 7일 동안 열심히 작업해서 24일 일요일 밤에 제출했다.

작업을 시작했던 월요일에는 그림에 들어갈 오뚜기 제품들의 자료도 필요해서 저녁에 슈퍼마켓에서 오뚜기 3분 요리 제품 네 개를 구매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도 오뚜기 제품으로 해결.

그림에 들어간 오뚜기 제품 패키지들은 모두 직접 촬영해서 그린 것이다.

그 한주 동안은 정말 즐겁게 작업했던 시간으로 남아있다.

 

 

 

옥탑 바캉스

그렇게 완성된 '옥탑 바캉스'.

그림 속에 빈 공간들을 이런저런 소재를 활용해서 채워 나가는 재미가 있었던 작업이었다.

특히 그림 작업 막바지에 왼쪽 부분이 좀 허전해서 어머니가 아끼면서 기르고 있는 다육이들을 넣었다.

직접 촬영해서 최대한 비슷한 느낌으로 따라 그렸는데, 다 완성한 뒤에 어머니께 보여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셨다.

인쇄해서 집에다 걸고 싶다고 하셨다.

내가 "요즘 유행하는 그림 스타일은 아니어서 상은 못받을지도 몰라"라고 말하니 어머니는 " 그럼 유행하는 스타일로 그려"라고 단도직입적인 조언을 하셨다.

거기에 난 당황하지 않고;; "내 우물을 잘 파야지."라고 답했다.

 

그림을 제출할 때도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다른 공모전에 비해서 응모하는 과정에 편의성이 상당히 좋았다.

접수하고 난 뒤에도 내가 제대로 접수를 했는지 확인도 가능하고 마감일까지는 수정도 할 수 있었다.

나는 처음에 신경 써서 응모를 해서 굳이 수정이 필요하진 않았다.

응모 시에 설명글을 최대한 정성껏 작성해서 내 그림의 주제를 심사위원에게 제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옥탑 바캉스 계획과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즐길 있는일상 속의 소소한 파티의 분위기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오뚜기의 제품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부담 없이 간편하게 다양한 요리들을 맛볼 있게 해 준,친숙하고 대표적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작품의 주제와 맞는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오뚜기 제품 자체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 안의 이야기를 완성해 주는 소재로서 활용하여 작업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그림 안의 오뚜기 제품만 봐도 어떤 이야기인지 주제를 번에 알아차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그림 속에 오뚜기 제품이 녹아들어 있도록 노력하여 작업했습니다.

공모전이라고 해서 단순히 제품 자체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닌, 누구나 공감할 있는 스토리를 컷에 보여줌으로써 오뚜기가 우리나라 국민에게 어떤 존재로 사랑받아 왔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길 있는 작품을 목표로 완성해 봤습니다.

 

 

그리고 4월 12일 오늘.... 오뚜기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의 1차 합격 발표가 있었다.

합격 발표는 개별 통보로 이루어졌다.

나는 11~12시경에는 발표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후 1시가 지나도 나에게 그 어떤 문자나 메일이 없어서 탈락했구나 직감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탈락을 예감했어도 감정은 23시 59분까지 미련하게 희망을 붙잡게 된다.

 

공모전의 운영이나 응모 과정의 편의성은 좋지만 1차 발표를 개별 연락으로 하는 것은 좀 잔인한 것 같다...

다음에는 홈페이지에 공지글로 게시해서 탈락한 사람들이 일찍 털어버릴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희망 고문도 아니고... 핸드폰만 쳐다보게 된다.

 

아무튼 아끼는 그림이고 만족스럽게 완성됐지만 1차도 통과 못한 실패작이 되었다.

그래도 작업하는 동안 오랜만에 창작의 즐거움을 많이 느낀 그림이었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다육이를 넣어서 완성한 게 매우 뿌듯하다.

공모전 탈락이지만 이 그림을 보면 늘 기분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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