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2. 11:10ㆍ작업일지/그림 일러스트
이제 곧 없어질... 그라폴리오라는 플랫폼에서 한때 활발하게 스마트폰용 배경화면 공모전을 주최했었다.
나도 몇 개는 참여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반려견을 주제로 한 배경화면 공모전이었다.
이 공모전이 열렸던 2019년은 내 반려견 뽀실이가 확연하게 노견의 모습이 된 시기여서 특히 뽀실이를 소재로 많은 작업을 할 때였다.
게다가 반려견이 주제인 배경화면 공모전이라면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공모전이다.
공모전이 열렸던 시기가 가을이라 가을 느낌을 많이 내서 작업했었다.
특히 이 시기에 뽀실이와 산책을 하면 발에 치이는 낙엽의 느낌이 좋았다.
다른 개들은 부스럭거리는 낙엽이 좋아서 미친 듯이 뛰놀기도 하던데 뽀실이는 그런 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어디론가 무작정 걷는 것... 그 자체를 즐기는 듯했다.
그래서 길에서 잠시 쉬는 것도 못 견디곤 했다.
잠깐 앉았다가도 10초를 못 참고 다시 걷자고 보챘다.
낙엽과 뽀실이가 함께 있는 모습이 이뻐서 사진을 찍으려고 잠깐 멈추면 꼭 고개를 뒤로 젖혀서 나를 쳐다봤다.
빨리 걷자고 눈빛을 보내는 것이었다.
이 작업을 할 때 뽀실이와 산책을 했던 그 날들을 떠올렸다.
지금도 내 핸드폰의 배경화면이 이 그림이다.
뽀실이와 매일 산책을 했던 그때는 산책이 귀찮을 때도 있었고 힘든 적도 있었다.
그때도 이 일상들이 언젠간 그리워지겠지 하며 예상은 했다.
그렇게 예상을 하는 것 자체가 언젠간 올 그날에 대한 마음의 준비였다.
하지만 막상 그날이 오니 마음의 준비는 소용이 없었다.
귀찮다고 생각했던 그 일상 자체가 너무 그리워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
뽀실이가 떠난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그 감정이 올라온다.
특히 아직도 사용 중인 이 배경화면을 보면 그렇다.
2019.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