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펜 그림과 짧은 글 ~ 할아버지의 뒷 모습 - 2016년 9월의 어느 날

2023. 11. 26. 13:04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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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어느 날.

아직은 시원하다고 할 수 없는 저녁 산책길.

내 옆으로 한 노인이 바쁘게 스쳐 지나간다.

하얀 머리와 깡마른 체구의 노인.

한 손에는 아가들이 탈 만한 자전거가 들려있었다.

이 길 끝에 있는 어린이집이 생각났다.

분명 손자를 데리러 가는 할아버지 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노인의 발걸음은 내가 도저히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손자를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그 발걸음에 담겨 있었다.

곧 오르막이 나왔다.

노년으로 향하는 그의 관절은 오르막이 꽤나 버거운 것 같았다.

이내 그는 나에게 따라 잡혀 뒤처지고 말았다.

오르막이 끝나니 내리막이 나온다.

다시 뒤에서 끌려가는 자전거 바퀴 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곧 노인은 나를 제친다.

그렇게 우린 몇 개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만났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길 끝에 다다랐다.

결국 노인은 멀찌감치 나를 등지고 목적지에 도착한 듯했다.

뒤늦게 어린이집 앞에 다다르게 된 나는 슬쩍 안을 들여다봤다.

어린이집 문 앞에는 자전거 한 대가 세워져 있고 안에선 아이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2016년 9월의 어느 날에 길을 걷다가 본 풍경을 그림과 글로 작성했던 것이다.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그때는 그저 산책할때에도 여러 감성과 영감이 떠오르는 시기였다.

이때의 작업들을 보면 지금의 나는 왜 이리 무덤덤해진 걸까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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