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7. 14:04ㆍ작업일지/작은 세상 속의 동화
2019년의 4월은 화창했다.
그 해 봄에는 어느 때보다 꽃을 많이 봤던 것 같다.
동시에 앞으로 올 여름이 무섭기도 했다.
바로 1년전이었던 2018년의 여름은 최악의 폭염으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밖에 나가 있을때마다 집에 있는 뽀실이 걱정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아주 약간의 거동만 가능한 노견이었던 뽀실이는 가끔씩 큰 사고를 치기도 했다.
집에 들어와서 난장판이 되어 있는 광경을 보면서도 그 뒤처리가 귀찮기보다는 뽀실이가 괜찮은지부터 걱정되던 때이다.
아마 이때 뽀실이가 좀 더 건강하고 젊었다면 같이 꽃 보러 다니기 딱 좋았을 것이다.
2019년의 여름은 걱정보다는 덥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더위에 대한 기억을 뽀실이에 대한 기억으로 덮어버렸기 때문일까.
아무튼 그해의 봄과 여름은 좋았다.
뽀실이와 함께 할 수 있었던 마지막 봄과 여름.
2019년 4월 29일에 완성한 그림.
'작은 세상 속의 동화' 프로젝트의 네 번째 그림이었다.
그림을 보니 아마 이 그림을 그리던 시기에 철쭉이 활짝 펴있었나 보다.
4년이 지난 현재에는 꽃이 3월이면 만개한다.
그 사이에 지구가 더 더워졌다.
이제는 봄을 생각하면 걱정이 먼저 드는 것이 환경도, 나도 매 해마다 달라지는 것 같다.
그림에는 다람쥐도 있다.
어머니와 함께 남산 벚꽃산책로에 갔다가 다람쥐를 여럿 구경하고 온 직후여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올해에도 며칠 전에 남산으로 향했다.
벚꽃도 벚꽃이지만 다람쥐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는데, 다람쥐는 아쉽게도 없었다.
아마 2019년의 봄이 좀 특별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