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 13:13ㆍ작업일지/외주
2021년 한 해 동안 다녔던 회사에서 작업했던 삽화들이다.
이 회사와 같이 한 첫 업무는 직원이 아닌 외주 삽화가로서 일을 한 것이었는데 그게 바로 이 삽화였다.
일을 맡을 당시에 회사쪽 설명으로는 회사사람들이 타인을 묘사하는 인터뷰 글이 있고 그 글 내용을 읽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대로 그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 사람들끼리 롤링페이퍼 같은 걸 했다고 생각했다.
회사 구성원 별로 각자 그 해당인물에 대한 글을 적은 것을 읽고 이런 외형에 이런 성격이겠구나 예상을 하고 그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인터뷰 글을 받아보니 이건 롤링페이퍼가 아니라 단 한명을 대상으로 회사 직원들이 글을 쓴 것이었다.
바로 그 회사 대표였다.
그러니까 그 인터뷰 글들은 대표의 자서전과 같은 책에 들어갈 내용이었고 난 그 책의 삽화를 그리는 것이었다.
내가 회사에 다니기 전에 이 일을 통해서 대표의 성격을 많이 예상할 수 있었다.
웬만한 나르시시즘이 아닌 이상 타인에게 자신에 대한 인터뷰를 해달라고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일을 통해 새겨진 대표의 첫인상이 회사를 다니면서 점점 사실이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예상이 맞았다고 할 수 있다.
회사와 대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 자세히 기술해 놨다.
이 업무는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회사 사람들(그리고 대표의 주변 인물)이 대표에 대해서 작성한 글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글을 쓴 사람마다 각자 대표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그 내용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면 전혀 다른 인물처럼 묘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게 회사 쪽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글을 읽어보니 대부분은 내용이 비슷해서 전혀 다른 인물로 묘사하는 게 꽤나 힘든 작업이었다.
그럼에도 최대한 글마다 차이점을 발견하려고 애를 썼고 어느 정도 분량을 맞춰서 일을 끝냈다.
나중에는 나도 이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 인터뷰를 나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터뷰 글을 바탕으로 그림을 더 그려야 했다.
나 말고도 회사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몇 장 더 업데이트를 해야 했다.
그래서 그림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재료 또한 달라지게 되었다.
어떤 것은 펜, 붓펜으로 그렸고 어떤 것들은 편하게 아이패드로 바로바로 그려서 편집 쪽에 넘겼다.
재미있는 것은 초반에는 대표를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글이 꽤 있었는데 나중에 가니 은근히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 글이 있을 땐 그 글을 토대로 그림 그리는 게 참 난처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