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7. 13:41ㆍ작업일지/외주
나의 전공이었던 애니메이션은 졸업 이후에 거의 쓸 일이 없었다. 학교를 다닐 때, 애니메이션 작업을 잘하던 학생이 아니었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괴로웠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화를 더 많이 생각했었다.
한때 나의 포트폴리오를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한 적이 있었는데, 학생 때 만든 애니메이션 과제를 보고 의뢰가 들어와 몇 개의 외주를 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은 편집이나 애니메이션 기술에 대한 조언이라 나의 작업 자체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외주들이었다.
이 중에서 다른 사업을 하고 있던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는 외주일이 있었다. 대진대학교 영화과 졸업작품 중에 '마이마이'라는 작품에 애니메이션을 합성하는 일을 했던 것이다. 다 합쳐도 1~2초가량밖에 안 되는 아주 간단한 애니메이션이었지만 내 작업물이 영화 안에서 재미있는 효과를 준다는 게 그때는 뿌듯했었다. 웹상에 영화가 공개되어 있다면 이 게시물에도 링크를 해두고 싶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을 보니 감독님이 공개하시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에는 간단하게 내가 작업한 부분만 편집하여 올려본다. (감독님께 포트폴리오 용으로 허가받았던 부분들)
먼저 타이틀이 뜰때 소녀가 들고 있는 마이마이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여 단순하게 트레이싱을 통해서 완성.
다음은 영화에서 상상력이 들어간 장면이다. 주인공이 마이마이를 들으며 춤을 출 때 액자 속에 있던 도둑(?)들이 액자를 빠져나와 함께 춤을 춘다. 마치 탈옥수처럼 좀 더 익살스럽고 음흉하게 탈출하는 모습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장면은 주인공 소녀의 감정을 표현한 장면. 감독님은 가슴에서 검은 줄이 나와 낙서하듯 화면을 가득 메우는 장면을 이야기했지만, 좀 더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표현 방법을 제안했다. 그래서 가슴에 금이 가고 무너져 내리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때 유리가 깨지는 효과음으로 처리를 해서 상영회 때 꽤나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감독님이 내 작업물들을 받아봤을때, 동기들이 감탄했다는 말을 전해주셨다.
그 말만으로도 뿌듯했던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