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우뜨랜드 창간호 - 모험을 떠나자 / SOUTH LAND [ 펜화 / 만화 / 일러스트 / Illustration / Cartoon / Pendrawing ]

2023. 2. 22. 11:15작업일지/그림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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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 해 동안 다녔던 회사에서 사보 겸 무크지를 만들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작업물을 요청했었다.

주제는 '꿈'

당시에는 펜으로 그리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기에, 펜화로 작업을 했다.

그림에는 내가 앞으로 회사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상징적으로 넣었다.

 

그림 스타일도 어릴 때 보던 주간 만화잡지의 표지를 따라 해 봤다.

그림과 함께 짧은 글도 적었다.

 

 

 

 

따우뜨랜드 창간호

모험을 떠나자

1996년. 내 나이 한자리에서 두 자리 숫자로 넘어가고, 다니던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됐던 그 해...

그 당시 난 친구들을 만나면 ‘모험을 떠나자!’라는 지극히 초등학교 저학년다운 멘트를 날리던 아이였다. 그때 내가 말한 ‘모험’이란 것은 대단한 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우리 동네 문방구는 지겨우니 옆동네에 새로운 문방구를 찾아서 어떤 장난감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모험이었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직접 골목들을 누비며 새로운 문방구를 찾으면, 우리 동네에선 볼 수 없었던 장난감을 전리품으로 얻는 짜릿함이 있었다.

이런 사소한 일들에 ‘모험’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붙여가며 말했던 것은 어릴 때부터 모험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걸음마와 함께 VTR조작법을 같이 배운 나는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 외에는 비디오만 보면서 살았다. 수많은 비디오테이프 안에는 각각의 모험의 세상이 들어있었다. 파란 하늘과 넓은 들판을 바라보면서 짐을 지고 어디론가 떠나는 무리들. 그 한 장면에 숨어있는 앞으로 펼쳐질 거대한 이야기들이 나를 두근대게 했었다.

그리고 난 우리 동네 비디오가게의 만화영화를 마스터하게 되면, 옆동네 비디오가게를 찾아 모험을 떠나곤 했다...

96년 이후 10대가 된 나는 점점 그런 이야기를 안 하게 됐다. 그 나이가 딱 유치함과 창피함이 무언지 민감하게 알아채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입으로는 ‘모험’을 꺼내지 않아도 종이가 있는 곳이면 어딘가로 떠날 채비를 하거나, 떠나고 있거나, 목적지에 다다른 누군가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머리로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동경의 마음은 이어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그 한 장면에 담길 크고 작은 이야기를 상상해 본다. 그렇게 그림을 그림으로써 난 이야기의 주인공과 동행하게 된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난 쭉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그 이야기가 비디오테이프를 보던 어린 시절 나처럼 누군가에게 두근대는 마음을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 그게 아직은 내 모험의 과정이다.

Adventure in South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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