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0. 12:29ㆍ공모전 수상작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2주가량, 동아연필의 네이버 공식카페인 '동아 펜팬'에서 모먼트 그리기 이벤트를 열었었다.
보통 동아펜팬에서는 새로운 제품의 출시와 함께 이런 그림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청자를 받아서 그림과 함께 신제품 리뷰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인데 우수작을 선정하고 수상도 하는 경쟁의 요소가 있어서 나름 치열하다.
그러니까 제품 체험단과 공모전이 섞여있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이벤트를 진행한 신제품은 Q노크 볼펜으로 815 에디션이라는 새로운 구성을 선보였다.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된 광복절을 기념하는 디자인의 제품이다.
그래서 이 제품의 이벤트는 꼭 참여해보고 싶었다.
신청자는 모두 40명을 선정했고 그중에서도 내 리뷰가 우수작으로 선정이 되었다.
나는 광복절을 생각하면 심훈 시인의 '그 날이 오면'이라는 시가 늘 생각난다.(심훈 시인은 광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이 시를 읽으면 그 시대를 살았던 독립운동가들의 처절함과 한 맺힌 염원이 느껴진다.
광복절은 그런 의미구나 하고 마음 깊숙하게 느낄수 있는 그런 시다.
그래서 '그 날이 오면'을 소재로 간단하게 펜화를 그려서 제출했다.
시에 나오는 삼각산은 북한산, 종로의 인경은 보신각, 육조 앞 넓은 길은 세종대로라고 한다.
평소에 익숙하게 자주 지나다니는 길들이라 시를 읽으면 머릿속에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이중에서도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라는 구절이 그 날을 염원하는 마음이 어떤 것이지를 처절하게 말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그림에서도 그 시대의 보신각을 비중 있게 그려 넣었다. (현재의 보신각은 한국전쟁 이후에 다시 만들어진 것)
Q노크 광복절 에디션의 네 가지 펜의 색상은 딱 태극기 색상이다.
그래서 그림에 태극기는 꼭 넣고 싶었다.
이전에도 독립운동에 대한 작업을 할 때가 있어서 여러 사진 자료를 찾아봤었는데, 그때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양한 모습의 태극기였다.
지금처럼 디자인적으로 정리가 되어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건곤감리의 위치도 제각각이고 손으로 몰래 그린 투박함이 많이 느껴지는 태극기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 투박함이 얼마나 멋지게 보이던지... 내가 흉내내기 힘든 태극기의 모습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