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5. 19:19ㆍ공모전 수상작
2020년 후반, 사쿠라라는 일본 회사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미술 대회에 참가했었다.
사쿠라는 크레파스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가 흔히 크레파스라고 말하는 미술 재료의 본래 명칭은 오일 파스텔이고 크레파스는 사실 이 회사의 특정 상품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크레파스라는 이름이 퍼져서 오일파스텔보다 크레파스가 보통 명사화 되어 사용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오일파스텔이라는 명칭은 성인이 되고 나서야 처음 듣게 됐다.)
사쿠라는 크레파스 말고도 유명한 제품이 있는데 바로 피그마 펜이었다.
난 펜이라면 아무거나 사용했기에 피그마 펜을 많이 써보진 않았지만, 대학생 시절 친구들이 즐겨 사용하는 걸 많이 봤었다.
이 공모전은 당연히 사쿠라의 제품을 갖고 그림을 그려야 했기에 고속터미널 한가람 문구에 가서 내 생에 처음으로 피그마 마이크론 펜 세트를 구매했었다.
대학 시절 이후로 오랜만에 피그마 펜을 보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났었다.
이 공모전은 두가지 부문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하나는 '망가 콘테스트'였고 다른 하나는 '스케치 콘테스트'였다.
내 취향에는 스케치보다는 망가 콘테스트가 더 맞을 거라고 판단을 했다.
주제는 '여행'이었고 어릴 때 봐왔던 떠들썩한 모험 만화가 바로 떠올라서 어떤 분위기로 작업할지는 초반부터 계획되어 있었다.
친구와 함께 동네 카페에 놀러 가서 이 공모전에 낼 그림 작업에 들어갔다.
친구가 내 그림을 보더니 정말 만화책에 나오는 그림 같다고 말해준 게 기억이 난다.
나 역시도 기존에 쓰던 펜과 다른 느낌을 받았고 그때 피그마 펜의 매력이 빠지게 되었다.
이 공모전은 유명한 미술회사에서 주최하는 글로벌 대회인 만큼 수상의 욕심보다는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해서 참가했었다.
다만 가장 실력자들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참가는 제한하고 있었기에 엄밀히 말하면 글로벌이라기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일본인이 없어도 어쨌든 전 세계 사람들과 겨루는 공모전이니 어떤 작품들이 올라올지 기대가 됐다.
생각보다 공모전 기간 안에 여유롭게 그림을 완성하고 제출 할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계획했던 '어린시절 보던 떠들썩한 모험 만화' 느낌을 어느 정도 재현한 것 같아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이 그림을 그리고 나서 한동안은 피그마 펜의 매력에 빠져 그 펜으로만 여러 그림을 그렸다.
언젠간 이 펜으로 만화 한편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비셀렉션을 거쳐 파이널리스트까지 진출해서 초기 목표는 달성했었다.
발표를 늘 인스타그램의 영상으로 했기 때문에 사쿠라 페이지에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오면 굉장히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영상에 내 그림이 나오는 것을 볼때마다 느꼈던 짜릿함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최종 결과는 2등이었다.
나름 큰 대회에서 이룬 성적이라 한동안 마음이 뿌듯했었다.
이 기세로 코픽 어워드도 또 도전해봐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대회 직후에 회사에 다니게 되면서 바쁜 일정을 보냈다.
개인적으로는 사쿠라 본사에서 주최하는 글로벌대회보다는 한국 한정으로 짐모아에서 주최하는 피그마 일러스트 대회가 더 경쟁이 어렵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