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 12:57ㆍ작업일지/낙서 습작
2021년.
1년 동안 회사에서 일도 하고 인스타그램에 그림 올리는 재미로 빠르게 보냈던 한 해였다.
회사에서의 작업과 개인작업으로 하루를 꽉 채워 보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실력도 많이 올랐던 것 같다.
매일매일 인스타그램에 올릴 그림을 작업했었는데, 그중에서 올릴만하다고 느꼈던 것은 몇 개 안 나왔었다.
그림을 그릴 때면 언제부터인가 습관적으로 나의 반려견 '뽀실이'를 끄적거리게 되었다.
뽀실이는 2019년 11월 10일에 15세의 나이로 떠났다.
뽀실이가 노견이던 시절부터 그림에 등장시켰는데, 그 그림들이 감성적인 게 많아서인지 회사에서도 그 당시 작업물에 관심이 많았다. (이 블로그에도 그때 작업물들을 천천히 올려볼 예정이다.)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반려견을 그린다는 것은 그 친구의 생전에 모습들을 다시 되새기는 과정과 같다.
이제는 뽀실이의 모습을 눈감고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내 손에 뽀실의 털 하나하나가 익숙하게 스며들어가 있다.
2022년 1월 8일.
여느 때처럼 인스타그램에 올릴 습작하나를 끄적이다가 또 뽀실이의 얼굴을 그렸다.
익숙하게 그려지는 뽀실이의 얼굴을 보니 다른 그림들보다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내 기억 속에 가장 개구졌던 뽀실이의 표정을 재현해서였던 것 같다.
뽀실이가 우리 집에 왔던 2004년에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이제 막 한 살이 되어가던 뽀실이는 흔히 말하는 3대 악마견(혹은 지랄견) 코카스파니엘에다가 개춘기까지 겹친 지구 최강 생물체였다.
친구들과 집에 와서 게임을 하고 있으면 같이 놀아달라며 손에 들고 있는 게임패드를 발로 치곤 했다.
워낙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했기에 친구들과 게임을 제대로 하질 못했었다.
그때는 농담으로 "우리가 밖으로 나가면 저 자식 혼자서 게임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라고 웃으며 말했었다.
뽀실이라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